[2015 스타 예감] (6) 차세대 피겨 선두 주자 박소연

입력 2015-01-30 03:46 수정 2015-01-30 10:57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차세대 주자 박소연이 29일 서울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우아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박소연은 “김연아 언니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새로운 피겨여왕’이란 호칭은 너무 부담스러워요. 지금은 ‘포스트 김연아’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지난 9일 막을 내린 국내 최고 권위의 피겨스케이팅 대회인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박소연(17)이 첫 우승을 차지하자 언론은 앞 다퉈 ‘새로운 피겨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9위, 그랑프리 2개 대회 연속 5위로 국제무대에서 김연아(25)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박소연이 그동안 4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던 종합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하며 ‘김연아의 후계자’임을 확실히 입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피겨 여왕’ 김연아가 시상자로 나와 박소연을 축하하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29일 서울 태릉실내빙상장에서 만난 박소연은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은 내게 ‘피겨 여왕’이라는 호칭은 아직 어울리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연아 언니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 후배들에게 많은 기회와 영감을 주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소연은 17살에 그랑프리 시리즈를 휩쓸며 세계 정상에 올랐던 김연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점프 등 기술 퀄리티가 좋은 편이다. 지난 그랑프리 1차 대회 당시 미국 NBC 해설진은 “아름다운 콤비네이션이다. 사랑스러운 동작을 곁들인 훌륭한 점프였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오른 발등 통증 때문에 올 시즌엔 프로그램 난이도를 약간 낮췄지만, 앞으로 콤비네이션 점프와 연결 동작 등을 좀 더 보완하면 박소연의 실력은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박소연에게 아쉬운 부분은 표현력이다. 흔히 예술 점수로 일컬어지는 프로그램 구성 점수(PCS)에서 박소연은 세계 정상급 선수보다 많이 뒤진다. 박소연은 “음악 이미지에 맞춰 내 나름대로 몰입해서 연기를 했지만 심판들 눈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내가 또래 선수들보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편인데, 좀 더 경험이 쌓여 성장하면 PCS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소연은 과거 긴장감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집중력이 눈에 띄게 좋아져 실수가 줄었다. 게다가 박소연은 지난해부터 김연아에게 1주일에 평균 1번 정도 표현력 등 스케이팅 과외를 받고 있다.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진 못했지만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박소연은 “워낙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경기 중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연아 언니가 당당한 시선 처리나 절도 있는 동작 등을 알려준 덕분에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박소연의 궁극적인 목표는 3년 뒤 열리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조금씩 발전해야 한다. 당장 이번 시즌 남은 대회인 4대륙선수권대회(2월 10∼15일 한국 서울)와 세계선수권대회(3월 23∼29일 중국 상하이)에서 본인의 최고 점수를 경신하는 게 목표다. 박소연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개인 최고 점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176.61이고, 올 시즌 최고 점수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170.43이다. 박소연은 “두 대회전까지 열심히 훈련해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며 “늘 하던 대로 경기를 치르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