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 소식이 들려온다. 그 수법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대범하고 잔인하다.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는 더 이상 그들만의 전쟁도 아니고,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10대가 무장세력에 가담하고, 일본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슬람 무장세력은 도대체 누구인가?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이슬람권을 모르고는 지금의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게 됐다. 정의길 한겨레신문 국제분야 선임기자가 쓴 ‘이슬람 전사의 탄생’은 이슬람 무장세력의 역사를 다룬 국내에 드문 책이다. 이 책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시작해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중동지역의 70년 분쟁사를 살피면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기원과 배경, 전개 등을 분석한다.
중동 분쟁의 사상적 연료인 이슬람주의의 대두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벌어진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1970년대까지 이어진 네 차례 전쟁의 결과물이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완패한 이후 중동과 이슬람권의 대중들은 당시 정부를 이끌었던 세속주의 근대화 세력에 실망감을 느끼고, ‘이슬람이 해답’이라는 이슬람주의 세력에 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79년 시작돼 1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슬람 무장세력이 본격화되는 기점이다. 사회주의 성향의 아프간 정부를 지키기 위해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미국은 소련과 사회주의 정부에 맞서는 이슬람 세력(무자헤딘)을 지원한다. 미국은 이들에게 무기와 자금, 군사 교육 등을 제공했다. 이 시기 CIA가 뉴욕에서 무자헤딘을 모집했다는 주장도 있다. 소련의 철군으로 끝난 이 전쟁은 이슬람 무장세력이 본격적으로 퍼져 나가는 토양이 되었고 지리한 테러 시대를 열고 만다.
최근 국제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최신 변종으로 알 카에다나 탈레반을 넘어선다. 이라크와 시리아 무장세력이 통합한 IS는 1920년대 무슬림형제단 창설 이래 이슬람주의 세력의 궁극적 목표였던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모든 무슬림의 공동체, 칼리프 국가의 건설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영국보다 더 큰 영토, 모술 중앙은행에서 확보한 5억 달러의 현금, 최소한 매달 1200만 달러의 세금과 석유 밀매를 통해 얻는 엄청난 수입, 정부군이 버리고 간 탱크와 헬기, 장갑차 등 첨단 미군 장비, 그리고 자신들의 영토로 밀려드는 외국의 이슬람주의 전사들”이 IS를 떠받치는 힘이다.
이슬람권의 분쟁사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 분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분쟁, 아랍 대 서방의 반외세 분쟁,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의 분쟁, 권위주의 정권 대 민중의 분쟁 등 여러 겹의 갈등들이 복잡하게 겹쳐 있다. 저자는 이슬람권의 역동적인 인구 성장에도 주목하면서 자원과 인구의 불균형이 이슬람권 분쟁의 또 다른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업이 만연한 이슬람권 국가에서 혈기방장한 젊은 인구층의 들끓는 에너지가 오늘날 이슬람권 분쟁과 이슬람주의 확산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저자는 현재의 이슬람권 전쟁을 ‘분쟁’이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3차대전’ 혹은 ‘장기 국제전’으로 규정한다. 이슬람 무장세력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 세력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슬람 대 서방 간의 전쟁이라는 성격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이슬람 무장세력의 기원·배경·전개 분석
입력 2015-01-30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