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박물관다운 박물관을 만났다. 2013년 11월에 개관한 국립나주박물관이다. 국토 자체가 박물관인 나라에 살면서 설계와 건축 때문에 느끼던 부끄러움을 여기선 털어버려도 된다. 자연과 유적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21세기형 박물관이 나주의 반남고분군(사적 513호) 안에 들어왔다. 하늘에서 보면 대형 항아리 두 개가 입구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산책길을 냈다. 걷다보면 안식처처럼 평안함을 느낀다.
반남면의 자미산 아래 덕산리 신촌리 대안리의 낮은 구릉에 고분 35기가 있다. 영산강 유역의 들판을 경작하며 이뤄낸 고대 문화가 간직되어 온 곳이다. 영산강과 서남해의 바닷길을 통해 중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역사를 발전시켜온 사람들의 문화가 옹관에 담겨 있다. 박물관 전망대에서 보는 고분군은 아름답다.
전시실도 시원하다. 상설과 기획전시실이 통째로 연결되고, 중요 유물은 앱이 없어도 스마트폰 설명이 나온다. 산뜻하게 전시된 거대한 옹관과 금동관, 그리고 청동기 유물보다 더 신기한 것은 지하 1층 유리창 너머 유물 2720점이 들어 있는 개방형 수장고이다. 최경환 학예연구사는 “나주에서 12㎞ 이상 떨어졌지만 지난해 방문한 관람객이 15만명 이상”이라고 말한다. 국립나주박물관은 영암군과 함께 2월 11일부터 4월 19일까지 ‘월출산’ 기획전을 연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반남 고분군 속의 나주박물관
입력 2015-01-30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