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한 특급호텔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발생해 10여명이 숨졌다. 테러의 배후가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로 드러나 ‘무정부 상태’인 리비아에서 IS의 세(勢)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AFP통신 등은 27일(현지시간) 오전 트리폴리의 5성급 코린시아호텔에 IS 대원으로 밝혀진 무장 괴한 3명이 침입,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테러로 미국인과 프랑스인 각 1명과 타지키스탄인 3명 등 외국인 5명을 포함한 10명이 희생됐고, 테러범 2명은 현장에서 자폭했다. 우리 외교부는 피해자 중 한국인은 없다고 밝혔다.
IS 리비아지부는 테러 직후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면서 “아부 아나스 알리비의 사망에 대한 보복”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리비아 출신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였던 알리비는 1998년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동시다발적인 폭탄 테러를 지휘해 220여명을 숨지게 했다. 그는 2013년 트리폴리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붙잡혀 미국으로 이송됐고, 재판 중이던 지난 2일 건강 악화로 사망했다. AP통신은 “IS가 테러범의 이름을 각각 아부 이브라힘 알툰시, 아부 술레이만 알수다니라고 밝혔다”면서 “한 명은 튀니지 출신, 또 다른 한 명은 수단 출신의 지하디스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IS가 목표물로 잡은 코린시아호텔은 지중해 연안의 최고급 호텔로 세계 각국 외교관과 기업인이 많이 머무는 장소다. 목격자들은 폭발물이 장착된 조끼를 입은 괴한들이 차량폭탄을 이용해 정문을 공격하고 호텔 로비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리비아 당국은 “무장 괴한들과 리비아 보안군이 4시간가량 대치한 끝에 상황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리비아 도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리비아에서 IS가 본격적인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비아는 2011년 민주화 시위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을 축출한 후 비이슬람계 친정부 민병대와 이슬람계 민병대연합,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단체 등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치안 사각지대다. 2013년에는 알리 제이단 당시 리비아 총리가 무장단체에 붙잡혔고 지난해 1월에는 트리폴리 주재 한석우 당시 코트라(KOTRA) 무역관장이 납치되는 등 납치와 암살, 테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비아 동부 토브루크와 바이다 지역정부는 최근 “트리폴리에서 이슬람계 민병대인 파즈르 리비아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극단주의 단체와 연대해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 등은 IS의 테러를 강력히 규탄했다. 안보리는 성명을 내고 “동기가 무엇이든 모든 테러는 범죄 행위로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부끄러운 행위를 저지른 자들과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자들을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테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리폴리 특급호텔 폭탄테러 10여명 사망… IS, ‘무정부 상태’ 리비아 장악 나섰나
입력 2015-01-29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