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트라우마? 健保개혁 백지화

입력 2015-01-29 03:28 수정 2015-01-29 09:30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현안보고를 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자실을 찾아 “고소득자 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저소득자 부담을 낮추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작업을 올해 안에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태형 선임기자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작업’을 사실상 접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개선안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건보료를 낮추고 고소득자는 올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왔다.

고소득층이 버는 만큼 내지 않는 지금 체계를 방치한 채 매년 보험료만 올리면 서민과 중산층에 부담이 쏠리게 된다. 서민 증세나 마찬가지다. ‘연말정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정부는 여론이 무서워 이런 결정을 내렸지만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게 됐다.

문 장관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 기자실을 찾아 “올해 안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을 것이고, (추진 일정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을 만들어 온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은 29일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었다. 기획단회의도 취소됐다. 정부는 지금껏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여론 수렴을 한 뒤 올해 안에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문 장관은 “사회적 공감대, 국민적 지지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고소득 직장인, 고소득 피부양자의 반발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 정권에서 개선안이 나오기는 어려워졌다.

현재 건보료 부과체계는 형평성에 모순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재산이 많거나 이자·연금·임대소득이 있어도 직장에 다니는 자녀 또는 배우자가 있으면 피부양자가 돼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대다수 근로소득자는 꼬박꼬박 건보료를 내는데 고소득자가 임대·이자소득으로 올리는 수입에는 건보료가 매겨지지 않는다.

반면 저소득 자영업자는 부담이 크다. 소득·재산·자동차뿐 아니라 가족 수에도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연간 1만건 이상 민원이 발생하고 사회적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국정과제로 삼고 2013년부터 기획단을 꾸려 1년여간 개선안을 논의했다.

문 장관의 ‘말바꾸기’도 논란이다. 문 장관은 27일 세종시에서 기자들을 만나 “임기 중에 꼭 추진하고 싶은 게 ‘부과체계 개선’이다. 우호적인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발표 시기를 늦추자는 것이지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가 하루 만에 ‘추진 불가’로 돌변했다.

문수정 박세환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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