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이름 ‘석촌호수’

입력 2015-01-29 03:21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도로명 주소에서 ‘석촌호수’라는 지명을 빼버렸다. 호수 수위 저하와 인근 지반침하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석촌호수 부근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해서다.

28일 송파구와 아파트 주민에 따르면 잠실3동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난해 11월 도로명 주소 변경을 요청했다. 입주민 2678가구 중 2048가구(76.5%)가 찬성했다. 송파구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18일 해당 아파트의 도로명 주소를 ‘석촌호수로 169’에서 ‘잠실로 88’로 바꿨다.

송파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특정 지명을 꺼려 주소를 바꾼 건 처음”이라며 “통상 정문 앞 도로 기준으로 도로명 주소를 정하는데 잠실로 쪽으로도 출입구가 나 있어 그쪽으로 주소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석촌호수로, 잠실로, 삼학사로, 삼전로 등 4개 도로에 둘러싸여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석촌호수라는 지명이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다만 실제로 집값이 떨어졌는지는 분명치 않다. 주소만 바꾼 건 ‘눈 가리고 아웅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석촌호수 주변은 롯데월드와 잠실역 등을 끼고 있어 서울시내 대표적 명소로 손꼽힌다. 최근 제2롯데월드 건설, 석촌 지하차도 동공 발견, 도로 함몰, 석촌호수 수위 변화 등으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현장인부가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제2롯데월드몰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개장 초기 10만명에서 올 들어 5만3000명으로 급감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