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노석철 사회2부장이 김기현 울산시장을 만나다

입력 2015-01-30 00:25
김기현 울산시장이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 시장은 “늘 현장에서 시민들의 얘기를 듣는 ‘길 위의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김기현 울산시장은 국회의원 때보다 표정에 자신감이 넘치고 말투에서도 힘이 느껴졌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을 해보니 국회의원 때 세심하게 지역을 배려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역점을 두는 걸 묻자 “길 위의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걸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그는 “지역 자치단체장에서도 대통령이 나오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시장 취임 후 기자들에게 “나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꿈이지만 의욕적인 모습이 나쁘지는 않았다. 울산시의 서울 여의도 사무소에서 지난 22일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국회의원과 도지사의 차이점은 뭔가.

“우선 바빠졌다. 업무가 완전히 달라 세세한 현안까지 챙겨야 한다. 기본설계와 골격을 짜는 게 국회의 일이라면 행정은 창틀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환풍기는 어디에 달아야 하는지 현장에서 세세한 것을 봐야 한다. 그만큼 더 민감한 내용이 많아 긴장도가 더 높아진다. 여의도 정치를 하면서 후회되는 것 하나가 지역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가예산은 사회간접자본(SOC)을 제외하고 직접 피부에 와 닿는 복지는 대부분 지자체가 집행한다. 실제로 지자체 살림은 현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중앙 정치권이 지자체를 등한시하는 것 같다. 나도 국회의원 시절 재원을 배분할 때 지방정부의 얘기를 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주로 중앙 정부의 말을 많이 들었다. 다음에 그런 기회가 온다면 중앙과 지방 재원 배분 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울산시장이 된 뒤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국민들은 권력에 대한 권위주의에 식상해 있고, 주민들의 삶에 함께하기를 목말라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길 위의 시장’이 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탁상행정을 안 하고, 직접 현장에 가보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주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현장을 찾아 길 위를 돌아다닌다는 의미다. 오늘도 을(乙)의 입장에서 세종시를 다녀왔다. 갑(甲)인 중앙 정부에 잘 보이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소통하고, 민간자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세일즈를 위해 쫓아다니는 게 시장의 역할이다.”



-울산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졌는데, 산업구조를 다각화해야 하지 않나.

“그동안 울산이 너무 안주해 왔다. 울산은 클래식한 전통산업에 대규모의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제조업 위주였다. 그동안은 괜찮았기 때문에 위기감을 제기해도 실감이 안 났다. 그러다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급격하게 나빠졌다. 다급한 상황이다. 우선 기존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려 한다. 첫째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것이다. 선박이 운행하는데 엔진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전체 운송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자동차도 스마트카, 그린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에 관심을 쏟고 있다. ICT와 접목해 업그레이드시키는 산업을 모색 중이다. 관광산업도 신경을 쓰고 있다. 울산은 1000고지가 넘는 일곱 봉우리가 있고,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다. 울산을 경유형 관광지에서 체류형으로 바꿀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들의 기존 산업관광 수요가 있어서 산악-해양-산업-고래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한다. 울산의 트레이드마크인 고래도 포함된다. 울산은 고래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고, 관련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도 강조하고 있던데.

“현재 싱가포르와 멕시코만 근처에 오일허브가 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전체 오일허브 시장을 먹고 있다. 우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6년째 추진해온 끝에 지난해 오일허브 기공식이 열렸다. 신항만에 오일 저장탱크를 조성한 뒤 이를 매각 또는 임대해 오일마켓을 형성하는 것이다. 전 세계 오일값이 떨어진 지금이 기름을 사놓을 적기인데 사놓으려 해도 저장할 곳이 없다. 오일허브 사업은 시장이 가까운 항만을 갖고 있고 석유화학업종도 같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울산은 그런 면에서 가장 적합한 곳이다. 오일허브를 갖추면 기존의 석유화학단지를 좀더 키울 수 있고, 석유 거래가 있으면 뱅킹이 생기면서 금융을 포함한 큰 규모의 신사업이 발굴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 것 같나.

“현 정부 정책 중에 바람직한 것이 많다. 하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 꽤 있다. 가령 공무원연금 개혁은 폭탄 돌리다 현 정부에서 터진 것이다. 이를 꺼낸 것은 용감한 선택이다. 그런데 공공부문 개혁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명박정부 초기에 건드렸다가 겨우 하나한 게 LH였다. 그러다 워낙 반발이 심해서 모두 스톱됐다. 박 대통령과 여당이 연금만 고쳐도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 것이다. 다만 프로세스에 있어서 세심하게 신경 쓰며 다가갔으면 좋겠다. 어려운 시절 박봉에 연금 하나 보고 많은 고생을 했는데 집단적으로 매도하면 공무원들을 경직시킬 수 있다.”



-소통 부족이란 지적 탓인지 박 대통령도 스탠딩 회의를 하던데.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티타임 등을 자주 가졌고, 공개회의 전에 브레인스토밍을 했었다. 그때 이런 말은 해도 되고, 이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리를 했다. 어제 고등학교 2학년인 제 딸이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보여주며 티셔츠 입고 다리를 책상에 올린 채 참모들과 자연스레 얘기하는 모습이 좋다고 그러더라. MB도 나를 보면 어깨를 툭 치면서 ‘김 의원 어떻게 지내나’라고 스스럼없이 대하고, 프리토킹도 많이 했었다.”



-MB는 4대강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데 그의 업적은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처음에는 4대강 중 영산강을 먼저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하자고 했었다. 영산강은 표고차가 없어 홍수 등 문제가 많고, 오염도 심각했다. 그래서 전남에서 영산강을 먼저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런데 경북 지역에서 반발이 심했다. 홍수 피해가 가장 많은 곳은 낙동강인데 왜 우리를 후순위로 미루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낙동강은 길이도 길고, 사람도 많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해마다 홍수 피해가 많았다. 그리고 각종 건설사업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영남권에서 ‘정권을 지탱하는 건 영남인데 왜 역차별 하느냐’는 반발이 많았다. 결국 ‘그럼 다 하자’ 그렇게 된 것이다. 낙동강 주변 사람들은 4대강 사업을 잘했다고 한다. 실제로 강변을 정리한 뒤로 홍수가 거의 없어졌다. MB 입장에서는 욕먹으니 억울하지 않겠나.”



-꿈이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았나.

“내 입으로 말한 적은 없다. 지금은 임기 동안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게 내 임무다. 만약 그 이후 ‘김기현이 괜찮더라. 다시보자’라는 평가가 된다면 그때가서 생각해볼 문제다. 지방행정을 해보니 정치권에서 큰 틀을 함부로 짤 게 아니더라. 돈 낭비하는 게 다 보인다. 누가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대통령은) 행정가가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김기현 시장은…

김기현 울산시장은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뒤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수재'다. 대학 졸업 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지법과 부산지법 울산지원 등에서 판사 생활을 했다. 이어 2004년 고향인 울산 남구을에 출마해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19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대변인 등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1959년 울산 출생 △부산동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5회 △대구지법 판사 △17·18·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대변인

노석철 사회2부장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