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감 규제법 2월 본격 시행 앞두고… 대기업, 합병·지분 매각 꼼수로 법망 비켜가

입력 2015-01-29 03:44
다음 달 14일부터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그동안 규제 대상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려는 노력보다는 합병·매각 등의 방법으로 법망을 벗어나는 데 주력했다. 규제 사각지대인 해외 계열사와 계열 분리된 친족 회사를 통한 편법 일감 몰아주기도 문제로 남아 있다.

◇‘꼼수’로 규제 빠져나가는 대기업=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13.4% 매각을 추진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정씨 부자는 이를 통해 자신들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43.39%에서 29.99%로 낮추려고 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그룹 중 총수와 친족이 발행 주식의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소유한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지분 매각을 법망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성공한 사례도 있다. 현대엠코와 삼성SNS는 당초 규제 대상이었지만 각각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SDS에 흡수 합병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2013년 12월 이전까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삼성SNS 지분율은 45.7%였지만 삼성SDS와의 합병으로 사라졌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합병 전 8.8%에서 11.25%로 올라갔다.

2013년 말 기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187개였다. 오는 4월에 지난해 말 기준 대기업 내부거래 현황 공시가 나와야 1년 새 몇 개가 감소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최소 10개 이상 기업이 빠져나갔을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는 크게 줄지 않았다. 2012년과 2013년 말 기준으로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을 조사한 결과 18.4%에서 17.6%로 0.8% 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해외 계열사·계열 분리 친족 회사 제외 논란 여전=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대기업과 해외 계열사 사이 내부거래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공정위는 현실적으로 조사 여건이 안 되고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해외 진출 러시로 국내 계열사보다 해외 계열사와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해외 계열사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계열 분리 친족 회사의 규제 제외도 비슷하다. 휴대전화 배터리, 액세서리 제작 업체인 영보엔지니어링의 김상용 대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조카다. 영보엔지니어링의 삼성전자 상대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약 90%에 달한다. 그럼에도 영보엔지니어링은 2005년 계열 분리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28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통계는 1년에 한 번씩 만들어서 지금은 규제 대상 기업이 정확하게 몇 개 감소했는지 알 수 없다”며 “본격적인 규제 적용은 다음 달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