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정신병원… 밥 더 달라는 환자 목 조르고 발길질

입력 2015-01-29 02:25
서울 A정신병원의 보호사가 식사 중인 입원 환자를 폭행하는 모습(빨간색 원)이 CCTV에 찍혔다. 인권위 제공

“아까 뭐라고 했어?” 지난해 11월 15일 서울시내 A정신병원에서 보호사 장모(38)씨가 고함을 치며 조울증 환자 박모(35)씨에게 발길질을 했다. 배식 과정에서 밥을 더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박씨가 “저 ×× 때문에 병원이 발전을 못해”라고 말했다는 게 이유였다. 장씨는 병실에서 아침밥을 먹는 박씨의 오른쪽 어깨를 걷어찼다.

이어 넘어진 박씨 위로 올라타 무릎으로 허벅지를 누르고 양손으로 목을 졸랐다. 겨우 몸을 일으킨 박씨가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는 나동그라진 박씨를 보고서야 분이 풀린 듯 병실을 나갔다. CCTV 영상에는 장씨의 폭행 장면과 다른 환자들이 무기력한 표정으로 밥을 먹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원도 B정신병원에서는 입원치료 중이던 70대 노인이 17시간 넘게 침대에 묶여 있다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망자 전모(당시 72세)씨는 2013년 11월 22일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진료 결과 혈압이 높다는 것 말곤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병원장 최모(37)씨는 알코올 금단증상을 보인다며 입원 당일 전씨의 팔다리를 침대에 묶도록 간호사에게 지시했다. 묶여 있는 17시간50분 동안 전씨는 의식을 잃어 갔다. 사흘 뒤에는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숨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8일 A병원 보호사 장씨, B병원장 최씨를 각각 정신보건법 위반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는 장씨의 소속 병원장에게 폭행방지 대책 마련과 임직원 인권교육을 권고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폭행과 과도한 강박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정신병원에서 발생하는 폭행·인권침해 사건은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인권위에 접수된 정신병원 관련 진정은 2011년(1337건)부터 매년 20∼30%씩 늘어 지난해 2775건을 기록했다. 4년간 들어온 진정 8089건 가운데 14.3%(1163건)는 가혹행위·폭력에 관한 것이었다. 입원 관련 진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신질환 환자들은 직접 진정을 낼 능력이 부족하고, 진정을 제기하려 하면 병원 측이 환자와 가족을 설득하거나 돈을 주고 취하하게 해 인권위에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환자를 무분별하게 격리·강박하는 실태도 조사할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