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중소기업 유니콘은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세종시 2개 공구에서 4억7000만원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콘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아들 정대현 삼표 전무와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위장 중소기업이다. 삼표가 레미콘 공공조달에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참여가 금지되자 관계사를 내세운 것이다. 삼표는 유니콘을 포함한 5개 위장 중소기업을 내세워 2013∼2014년 모두 252억1000만원의 공공계약을 따냈다.
중견기업 케이씨씨홀딩스의 관계사 시스원도 최근 2년간 공공조달 시장에서 모두 475억5000만원을 납품했다. 시스원 대표이사는 케이씨씨홀딩스의 등기임원을 겸해 시스원 역시 ‘무늬만’ 중소기업이다. 케이씨씨홀딩스와 인적분할한 IT 전문기업 케이씨씨정보통신이 개정 소프트웨어진흥법으로 20억원 미만 공공조달에 참여하지 못하자 시스원을 내세워 공공조달 시장에 입찰해 왔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 중인 3만92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삼표 등 19개 기업이 설립한 26개 위장 중소기업을 적발했다고 28일 밝혔다. 26개 기업이 지난 2년간 공공입찰에서 따낸 금액만 1014억원에 이른다.
중견·대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하는 ‘꼼수’까지 쓰는 것은 국내 연간 공공조달 시장(113조원) 중 중소기업 제품 구매가 전체의 69.7%를 차지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시장만 해도 약 20조원에 달한다. 별도 기업 설립을 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 지분 확보 및 공장 임대 등의 방법으로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같은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26개 기업 중 9개 기업은 모기업이 중소기업 대표 및 등기임원 50%를 선임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실질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중기청은 해당 업체 명단을 공공기관에 통보해 공공조달 시장에서 즉시 퇴출시키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확인서를 허위·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은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中企 일감 가로챈 ‘위장 中企’
입력 2015-01-29 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