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출간 이후 25개국에 수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동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뮤지컬로 탄생돼 지난 23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28일 공연장에서 만난 송인현 연출 겸 극단 민들레 대표는 “원작의 힘을 믿으며 작업했다”며 “주인공 잎싹이와 초록머리, 족제비 등 모든 캐릭터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극을 꾸몄다”고 소개했다.
작품은 양계장에서 살던 닭 잎싹이가 마당으로 나와 우연히 청둥오리 알을 품게 되고 엄마가 돼 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알을 품어 병아리를 키우고 싶었던 잎싹이의 꿈과 희생, 꿈을 찾아 떠나려는 아들 초록머리(청둥오리)의 희망 등이 담겼다. 원작에 없는 초록머리의 로맨스,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잎싹이의 노래도 담겨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묘사하다 자연스럽게 닭으로 변하는 오프닝 장면은 “동물 세계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준다. 조명을 이용해 공연장 전체에 청둥오리 떼가 날아다니는 듯하게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피아노와 현악기, 퍼커션로 이어지는 강렬한 연주도 극적이다.
배우들의 움직임도 눈에 띤다. 나무, 수풀, 울타리와 닭, 오리, 청둥오리, 족제비까지 배우들이 직접 몸으로 표현한다. 움직임 연출을 맡은 권석린 감독은 “동물의 시각으로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에 주안점을 뒀다”며 “늙고 병든 닭 잎싹이와 수명이 짧고 활동적인 청둥오리, 살아있는 먹이만 먹는 족제비 등 동물의 신체 매커니즘에 대해 고민했다”고 했다. 배우들은 한의원을 들락거리고 관절염을 앓으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동물 묘사를 해내 서정적인 느낌을 온전히 전달한다.
원작 책은 국내에서 150만부 이상 팔려나갔고 2011년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220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성적을 거뒀다. 극단 민들레를 통해 2002년부터 물체극, 테이블극 등으로 연극화됐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대표는 “아이들을 극장에 들여보내고 어머니들이 로비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고 밥상에서 반추할 수 있어야한다”며 “황 작가도 첫날 공연을 보고 ‘암탉’을 갖고 ‘요리를 다양하게 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했다”고 전했다. 잎싹 역은 배우 한혜수와 류수화가, 나그네 역에는 현순철, 초록머리 역에는 원성준이 출연한다. 오는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마당을 나온 암탉’ 뮤지컬로 만나요
입력 2015-01-29 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