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즐거운 인생’은 2007년 개봉됐다. 대학 때 록밴드 활동을 했던 40대 남성 3명이 20년 만에 다시 모여 찌든 삶을 털고 가슴 뛰는 시간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서울에서 실제로 펼쳐진다.
박승주(47·서울)씨 등 40대 남성 5명은 31일 홍대 앞 블루라이트라이브홀에서 ‘실크로드 스무 해 만의 이야기’를 공연한다. 이들은 모두 전북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선후배들이다. 대학 시절 ‘실크로드’라는 밴드를 결성해 왕성한 활동을 했었다. 1990년 시작된 실크로드는 1995년 3기까지 이어지며 학과 축제와 인문대 제전 등에서 멋진 솜씨를 뽐냈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던 이들은 2013년 11월 다시 뭉쳤다. 1기인 박씨가 당시 멤버들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설렌 제안을 했다. “한판 놀자….”
이후 중국 상하이에서 한 달에 한 번 귀국하는 송상휴(42)씨의 일정에 맞춰 조세광(47·전주) 이희정(44·중국 톈진) 전수완(40·서울) 안창욱(42·전주)씨 등이 홍대 앞 연습실에 모여 기타와 건반, 드럼을 다시 두드렸다. 옛 추억에 푹 빠져 있던 어느 날 ‘무대에도 한번 서 볼까’라는 의견이 나왔다.
드럼을 맡은 전씨는 “처음엔 손발이 맞지 않았지만 어느새 예전 실력이 되살아났다”며 “그래서 또 한번의 벅찬 시간을 준비했다”고 떠올렸다.
이후 이들은 갓 졸업한 전북대 후배 2명을 긴급 수혈, 탄탄한 팀을 짰다. 부산에서 올라와 건반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주부 채수미(44)씨는 이날 연주는 못하지만 홍보실장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14개월. 이들은 자신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초대했다. 멤버들은 공연에서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그대로 그렇게’ ‘불놀이야’ ‘못 찾겠다 꾀꼬리’ 등 14곡을 부를 예정이다.
리더이자 세컨기타를 담당한 박씨는 “뿌듯하고 떨린다. 그동안 땀 흘린 후배들에게 감사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고향 전주에서의 공연은 물론이고 실버밴드까지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영화 ‘즐거운 인생’ 처럼… 20년 만에 다시 무대 공연
입력 2015-01-29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