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정부·정치권, 청년백수 한숨소리 안 들리나

입력 2015-01-29 02:34
청년 구직자들은 올 한 해도 극심한 취업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더 줄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0대 대기업 중 2015년 채용 계획을 확정한 180곳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2.3%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인원을 줄이겠다는 곳이 31.1%였고 늘리겠다는 업체는 18.3%에 그쳤다. 10대 대기업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국민일보가 취재한 결과 10대 대기업 중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힌 5대 대기업의 평균 채용 인원은 7390명으로 지난해보다 6.3%나 줄었다. 10대 대기업의 대졸 신입공채 규모는 2012년 3만2440명에서 2013년 3만400명, 2014년 2만9400명 등으로 4년째 감소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이미 공포 수준으로 다가와 있다.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0% 포인트 늘면서 9.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청년들의 구직활동이 활발해져 비경제활동인구가 고용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통 절박한 수치가 아님은 분명하다. 더욱이 제대로 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기보다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등 임시근로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고용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취업 기회가 갈수록 팍팍해져 청년백수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야 불투명한 경기상황에다 무엇보다 정년연장이라는 부담을 안게 됨에 따라 신규 고용을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규 고용 위축은 단순히 한두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내는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경제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처럼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 1990년 초반의 일본처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가장 중요한 기업의 사회적 책무인 고용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 특히 수백조원의 유보금을 쌓아 둔 글로벌 대기업들이 정년연장 등에 따른 통상임금 부담 등으로 인해 고용을 꺼린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임금피크제 법제화 등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된다. 국내 100인 이상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지난해 말 9.9%에 불과하다. 기업에만 부담을 지울 것이 아니라 노사가 고통을 나누는 상생의 자세를 보여야겠다. 정년연장은 노사 한쪽에 이익과 손해가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된다.

마침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26일 대학생들과 만나 “청년실업 해소를 경제정책의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당장 경제단체와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올해 신규 채용을 늘리는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청년 구직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아니라 일자리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