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수영스타 박태환(26)이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박태환이 누구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4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7, 2011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같은 종목 2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불모지에서 그가 걸어온 길은 한국 수영 역사 그 자체였다. 이런 그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선수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은 한국 스포츠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발단은 지난해 7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무료로 치료받아 왔던 서울 중구의 한 척추병원를 찾아 주사 한 대를 맞았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된 네비도 주사였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과 골밀도를 높여 근골격계의 성장·강화에 영향을 준다. 세계반(反)도핑기구(WADA)가 지정한 대표적인 금지약물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9월 FINA의 도핑 테스트를 받았고 그 결과를 한 달여 뒤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태환이 정말 금지약물인지 몰랐느냐에 있다. 그는 “성분 등을 수차례 확인했고 병원 측이 문제없다고 해서 맞았다”고 결백을 주장하며 담당 의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병원 측은 검찰 조사에서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 주사를 놨고,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태환이나 병원 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테스토스테론이 대표적인 금지약물이라는 것은 의사는 물론 웬만한 선수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태환이 도핑과 스포츠 의학의 전문성, 경험을 겸비한 대한체육회 의무진이나 국가대표 주치의를 두고 굳이 일반병원을 찾은 것도 석연치 않다. 선수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대한수영연맹의 대표팀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박태환이 태릉선수촌을 벗어나도 관리·감독은 연맹의 몫이다. 선수들이 약물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금지약물이 투여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징계 여부와 수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FINA 청문회가 다음 달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다. FINA 위원들에게 “고의가 아니었다”라는 점을 부각시켜 박태환에 대한 징계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 스포츠 외교를 촘촘하게 가동해 박태환이 내년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설] 납득 안 되는 박태환 금지약물 복용 파동
입력 2015-01-29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