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 돌볼 ‘새 형님’ 왔어요”… 한진국 경위, 유일하게 자원

입력 2015-01-29 01:26

“에이, 안 싸운다고 하고는 왜 그러냐.” “아이고 형님, 죄송합니다.”

전국에서 노숙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역을 담당한 새로운 ‘형님’이 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한진국(54·사진) 경위가 28일부터 장준기(53) 경감 뒤를 이어 노숙인 관리를 전담하게 됐다. 지난 15년간 서울역 일대 노숙인을 관리해 온 장 경감은 경위에서 한 계급 승진하면서 충북 지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경위는 장 경감 후임자 공모 마지막 날인 지난 21일 유일하게 자원했다. 이 업무는 노숙인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까다롭고 신경 쓸 부분이 많은 탓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장 경감은 한 경위를 적임자로 추천했다고 한다. 봉사정신이 투철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한 경위는 20여년간 외국인 관련 수사나 정보수집, 외국 귀빈 경호 같은 외사 업무를 담당했었다. 그는 지난해 2월 서울역파출소에 발령받아 왔다. 외국 귀빈 경호보다는 어렵게 사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한 경위는 장 경감의 노숙인 업무를 보조해 왔다. 스스로 위안을 얻고 보람을 찾기 위해 노숙인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한 경위는 “노숙인들이 목욕하고 싶다고 하면 목욕시켜주고, 머리 깎고 싶다고 하면 이발해주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겠나. 그들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고 힘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