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인터넷전문은행과 금산분리

입력 2015-01-29 02:10

금산분리(金産分離)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한다는 말이다. 산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상호간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법규정을 두고 있다. 은행법에는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은행이 금융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산분리를 은산분리라고도 한다.

이는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할 경우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재벌이 부실 계열사를 위해 계열은행을 동원해 고객 돈을 마음대로 퍼부을 수 있다는 게 단적인 예다. 또 계열은행이 모기업 이해관계에 따라 보유자산을 운용하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금융업 전반의 안정성 저해로 이어진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자는 게 금산분리다.

반론도 적지 않다. 금산분리는 금융과 산업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고, 금융업 경쟁력에 도움에 되지 않으며, 산업자본 진출을 허용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여론의 거부감으로 금산분리 원칙은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견고하다.

금산분리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27일 ‘정보기술(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한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자본 진출을 용인해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처럼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최대 20%까지 높이되 은행 업무 범위에서 기업 대출을 배제하고 소매금융만 허용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이 인터넷에서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다. 지점 운영비용이 들지 않아 일반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과의 조화 방안을 강구해 6월까지 세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관련법 개정안을 논의할 정치권과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