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한국 교회사의 아드 폰테스

입력 2015-01-29 01:25

한동대 류대영 교수의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를 보면 한국 개신교의 정치성을 역사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이 땅에 첫 개종자를 배출한 이래 개신교는 문명과 야만, 중화와 서방,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격돌하는 이데올로기 전쟁의 최일선에 서 있었다. 개화기의 개신교는 ‘진보의 전도사’였다. 한글 보급과 출판으로 민중을 계몽하고 축첩, 조혼, 신분제 같은 전근대적 구습과 대결했다. 인권을 신장하고 민족의식을 불어넣어 지식인과 민중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1907년 평양 대부흥 운동’을 계기로 개신교는 탈정치화 경향을 띠면서 내세지향적인 종교로 탈바꿈하게 됐다. 1920년대에 유입된 ‘사회주의와의 충돌’은 뿌리 깊은 반공주의의 기원이 됐다. ‘반공의 신학화’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2000년대에 본격화된 ‘보수 개신교의 정치적 세력화’는 마니교적 선악이원론과 종말론적 위기의식, 80년 광주를 지나면서 시작된 친미주의 세계관의 균열에 대한 불안 등이 정치적 보수주의와 유착되면서 일부 교회의 정치적 행동주의를 추동해 이뤄졌다. 전근대적인 구습이 한국사회를 드리운 이때 한국 교회사의 ‘아드 폰테스’(ad fontes·근본으로 돌아가라)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극작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가 되풀이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인간은 얼마나 경험에서 배울 줄 모르는 존재인가.”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