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내 인생의 얍복나루

입력 2015-01-29 02:29

오늘 본문 22∼23절에는 야곱이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데리고, 얍복강을 건넜다고 나와있습니다. 야곱에게 얍복강은 놀라운 변화의 중심지입니다. 과거를 상징하는 야곱이라는 이름을 벗어버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 곳입니다. 야곱은 얍복강을 건넌 이후 가족과 모든 사람을 보내고 혼자 남아 있습니다. 그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그가 얍복강에서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홀연히 다가옵니다. 야곱은 그와 씨름을 합니다. 동이 트기까지 벌어진 치열한 싸움이었습니다. 이 싸움을 통해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사람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자기 삶을 막고 있던 어두움을 딛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야곱은 이름에 걸맞게 움켜쥐고, 남을 속이며 빼앗는 자로 살아왔습니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꼭 이루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도 그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야곱이 변화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누군가가 무력으로 그를 굴복시켜 한계와 무기력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씨름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느냐는 것입니다. 씨름의 시작은 야곱이 아닌 다가온 그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정체불명의 인물은 바로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변화와 성장은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야곱의 굳어진 마음을 갈아엎으십니다. 야곱은 지난날 삶을 지배했던 속임수와 교활함, 모든 거짓말과 불경한 행위를 버리기로 합니다. 그의 내면에 있는 어두움과 정면 대결해 승부를 내야 한다는 도전을 받은 것입니다. 야곱은 자신과의 만남을 회피하지 않았기에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솔직히 인정한 야곱을 축복합니다. 축복 내용은 물질도 아니고 건강도 아니고 성공도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이름을 주시는 것입니다. 야곱의 새 이름 이스라엘은 ‘투쟁하다, 이기다’라는 히브리어 ‘사라’와 하나님을 나타내는 단어 ‘엘’의 합성어입니다. 히브리어는 항상 하나님을 주어로 사용하기에 ‘하나님이 투쟁하시다’ 또는 ‘하나님이 이기다’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즉 야곱이 이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기신 것입니다. 삶을 살다 위기를 만날 때 우리는 다른 무엇을 의지하기보다 하나님과 1대 1로 만나야 합니다. 그럴 때 삶을 돌아볼 수 있고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내 모습을 솔직하게 내어놓고 하나님과 씨름을 해야 합니다. 도망가지 말아야 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씨름해야 합니다.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대면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야곱처럼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아픔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변화의 출발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에 전적으로 의지할 때 주님이 우리를 새롭게 만나주시는 것입니다. 그럴 때 주님은 우리들의 이름을 물으시고,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안해용 목사(서울 더불어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