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시각장애인 3만여명에 새빛 선물… ‘실로암의 기적’ 세계로

입력 2015-01-30 03:14
국내는 물론 해외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실로암안과병원의 30년 역사를 가까이 지켜보며 후원해온 교계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역동적으로 펼쳐온 지난 선교사역을 돌아보고 시각장애인 선교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오른쪽부터 김선태 박위근 림인식 김윤식 이순창 목사. 실로암안과병원 제공
서울 강서구 등촌동 소재 실로암안과병원이 올해 설립 30년을 맞았다. 실로암안과병원의 설립은 사각지대에 있던 한국교회 시각장애인 선교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는 동시에 의료선교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실로암안과병원의 30년 역사를 지켜보며 특수선교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5명의 목회자가 한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자=교단 총회장을 지내신 목사님들과 실로암병원의 오늘이 있게 한 김선태 목사님을 모시고 30년간 병원이 걸어온 어제와 오늘, 미래에 대해 좌담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먼저 병원의 태동과 발전 과정을 이야기해 주시지요.

△김선태=예장 통합 전도부의 특별한 관심으로 불모지에 가까웠던 국내 시각장애인의 실명 예방과 개안 수술이 시작됐습니다. 여기에 힘을 받아 탄생된 것이 실로암안과병원입니다. 1986년 2월 이명수 박사님을 초대 원장으로 해 30여명의 직원들로 운영을 시작했지요. 이후 2009년에 지상 8층, 지하 4층의 아이센터(9000㎡)를 건축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지정 안과전문병원으로 14명의 전문의와 수련의, 30여명의 간호사, 100여명의 직원이 신앙 안에서 충실하게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사회자=김윤식 목사님은 오랫동안 목회 현장에서 이 사역을 지켜보셨을 텐데 용기와 격려를 많이 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김윤식=맨 처음 총회 전도부 특수선교부 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인선교 파트가 만들어지고 김선태 목사님이 맹인선교부 첫 실무자가 되셨지요. 당시 제가 총회 총무로 있었는데 장애를 딛고 열심히 헌신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한국교회가 성장하면서 특수선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졌고 이와 비례해 시각장애인 선교가 활성화되면서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실로암안과병원은 예장 통합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후원하는 초교파 선교 병원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큽니다.

△사회자=가장 원로이신 림인식 목사님은 누구보다 실로암안과병원의 생생한 역사를 잘 아시리라 봅니다. 가까이 지켜보신 소감을 들려주시죠.

△림인식=실로암이 발전한 원동력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열정에 있습니다. 국내 병원 사역에서 전국을 찾아다니는 버스 이동진료를 시작했고 1999년 9월에는 중국 옌볜에 이동진료소를 설립했습니다. 또 2014년에는 필리핀 마닐라 톤도의 메리존스톤 병원과 협약을 맺고 무료 안과진료와 개안 수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교회의 정성으로 발전해온 실로암이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의료 선교를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주 뿌듯합니다.

△사회자=박위근 목사님은 지금은 원로이시지만 염천교회를 담임하시며 시각장애인 사역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하셨고 개안수술 지원에 어느 교회 보다 앞장서셨다고 들었습니다.

△박위근=옆에서 지켜보는 김선태 목사님의 사역이 너무나 귀해 동참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30만원이면 한 사람의 개안수술 재료비가 된다는 말을 듣고 결연운동과 후원에 열심히 나섰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 가장 남는 것은 성탄절에 시각장애인들을 교회에 초청해 함께 찬양하고 교제함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었던 일입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사랑과 헌신, 나눔과 섬김입니다.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 땅의 이웃들을 위해 기독교인들이 함께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사회자=여러 목사님들이 30년을 맞은 실로암병원을 보시면서 남다른 소회와 조언을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리라 봅니다. 자유스럽게 말씀들을 해 주시지요.

△김선태=저희는 아직도 의료 선교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병원 운영이 잘되어 재정이 허락되면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들로 지경을 넓히고자 합니다. 어두운 세상을 생명의 밝은 빛으로 변화시키는 귀한 일을 확장하려 합니다. 그리고 실로암안과병원의 의료진이 1년에 두세 차례 후진국을 찾아 진료와 개안수술을 하고 현지 의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훈련시키고 개안수술과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다소간의 물질적 후원도 할 예정입니다. 이는 교회와 단체, 독지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도와주셔야 가능한 일입니다.

△박위근=저는 실로암의 가장 자랑스러운 사역이 버스를 이용한 움직이는 이동진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듣기로 병원이 없어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실명된 한 섬 어린이의 처참한 상황을 보고 움직이는 이동진료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김선태 목사님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해주셔서 처음엔 SBS 서울방송 문화재단으로부터 9인승 밴을 기증받아 농어촌 및 섬 지역을 순회했고 이어 삼성전관(현 ㈜삼성SDI)에서 46인승 버스를 기증해주어 버스 안에 진료실, 특수검사실, 수술실 등 완벽한 의료시설을 갖춘 이른바 움직이는 실로암안과병원을 만든 것으로 압니다. 요즘도 농어촌 및 섬 지역, 나환자 정착촌, 교도소, 감호소, 변두리 지역 등을 1년에 40여회 무료 안과 순회 진료하는 일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림인식=미국이나 독일 스위스 등은 세상을 떠날 때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기부하는 기부문화가 잘 자리잡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화가 정착돼 의료 선교를 위한 사랑의 후원에 보다 쉽게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사람 개안수술로 새 생명의 빛을 찾아주는 데 단안은 30만원, 양안은 60만원이 필요합니다. 이 비용은 수술 시 시력이 더 잘 나오도록 삽입하는 수정체와 재료대, 마취비 등이 포함된 비용입니다. 국외의 경제적으로 가난한 자들의 무료 안과진료와 개안수술을 위한 의료 선교를 위해서도 개인이나 교회가 후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김윤식=병원 설립 이후 현재까지 개안수술을 받고 빛을 찾은 형제자매가 3만여명에 달하며 사랑의 무료 안과진료로 실명을 예방하고 눈의 고통을 치료받은 형제자매가 약 85만명이라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이 새삼스럽습니다. 실로암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자랑스러운 선교 기관이자 병원이란 점에서 한국교회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자=아직도 시각장애인 선교와 복지를 위해 한국교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격려해주시고 싶은 말씀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림인식=우리가 보고 숨쉬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의 조건입니다. 주님은 낮은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실로암이 이 땅에 펼친 30년 사랑과 헌신의 역사를 기억하며 주님의 일에 더 앞장서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겠습니다.

△박위근=생일, 돌, 결혼기념일, 칠순 등 축하할 날이나 교회절기 등에 개인이나 교회가 쓸 돈, 예산을 개안수술비로 헌금해 몇 명에서 수십명까지 밝은 빛을 찾아줄 수 있다면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주위에서 동참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나서고자 합니다.

△김윤식=앞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사업과 설리번학습지원센터 사업, 직업재활원 사업, 실로암요양원 사업에 중점을 두고 사역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재활의 틀을 만들어주는 여러 사업이 잘 진행되길 기도합니다.

△김선태=실로암을 후원하는 많은 분을 위해 매일 새벽 2시50분이면 일어나 그분들을 위해 무릎 꿇고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늘 업무로 바쁜 저 때문에 자녀들을 혼자 길러낸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남은 삶도 주님께 헌신하며 지금까지 펼쳐온 사역들이 내실 있게 더 큰 열 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일보 독자들께 서울 강서구 등촌로 181에 있는 저희 병원(02-2650-0772∼4·www.siloam.co.kr)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 후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577-910005-38004)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