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1, 2위 업체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친구’에서 ‘적’으로 등을 돌렸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설도 제기되고 있다.
넥슨은 27일 엔씨소프트 주식 33만6897주에 대한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공시했다. 넥슨은 2012년 6월 글로벌 시장 협력을 위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14.7%를 8045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10월 지분을 늘려 현재 15.08%를 보유 중이다. 김 대표 지분 보유율은 9.98%, 자사주는 8.93%다. 나머지는 국민연금(6.88%), 개인투자자(59.13%)가 갖고 있다.
넥슨은 투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직접 경영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기존의 협업 구조로는 업계 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며 양사의 효율적인 ‘협업 체계 구축’을 경영 참여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신뢰가 무너졌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단순 투자 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고 전체 게임시장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렸다”며 “넥슨의 이번 조치에 대응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회장과 김 대표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이면서 게임업계를 이끈 대표적 ‘게임 1세대’다. 2012년 당시만 해도 둘은 글로벌 게임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게임업체 중 하나인 EA(Electronic Arts) 인수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둘 사이에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양사가 합작 개발하던 ‘마비노기2’ 작업도 중단됐다. 이후 넥슨은 8000억원 넘게 투자한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투자 성과가 없자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지분 규모가 늘어난 상황에서 두 회사 간 협력관계까지 깨지자 적대적 M&A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넥슨이 리니지 등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강한 엔씨소프트를 원해왔던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넥슨이 ‘대표이사 교체’ 등 주요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적극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지분 6.8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엔씨소프트 자사주가 8.93% 있지만 의결권이 없다. 김 대표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나 다른 주주들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 외에도 외국인 보유 지분이 39%에 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호 지분을 많이 확보하는 쪽이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友軍에서 적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
입력 2015-01-28 0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