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일 만에… IS 전략요충 탈환 성공

입력 2015-01-28 03:25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 대원들이 26일(현지시간) 시리아 코바니에서 자신들의 깃발을 꽂고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이들은 북부 전략 요충지인 코바니를 두고 이슬람국가(IS)와 4개월여 격전을 벌여오다 이날 IS를 코바니 외곽으로 완전히 격퇴시킨 뒤 시가지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EPA연합뉴스
시리아의 쿠르드족 민병대가 ‘이슬람국가(IS)’가 장악했던 시리아 북부 도시인 코바니를 26일(현지시간) 탈환했다. 서방 언론들은 “IS의 이번 퇴각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보도했다. 즉 IS의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탈환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IS가 얼마나 강한지를 다시금 증명해주기도 한다.

IS는 코바니에 지난해 9월 말 진입했다. 인구 4만5000명의 소도시지만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데다 터키와 국경이 맞닿아 있어 전략적으로 요충지라고 판단해서다.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살아온 쿠르드족만 몰아낸다면 시리아 북부 대부분의 땅이 IS의 ‘자체 공화국’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IS가 진격하자 쿠르드족이 대거 터키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수만명의 난민이 한꺼번에 발생하자 국제사회도 코바니 상황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연합전선은 코바니에 공습을 집중했고, 터키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 이겨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자국 국경을 통해 코바니로 넘어가 싸우도록 허락했다.

IS도 극렬히 저항했다. IS에는 전 세계에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 기회였고, ‘코바니 성전’을 내세워 전 세계 무슬림을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IS가 우세해보인 싸움은 국제연합전선의 공습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하지만 다시 IS가 추가 병력을 투입하면서 최근까지도 양측은 팽팽하게 대치했다. 그런데 이달 중순부터 IS가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전세가 쿠르드족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고 IS 점령 131일째인 전날 탈환에 성공했다.

탈환은 했지만 쿠르드족과 국제연합전선의 상처가 컸다. 쿠르드족의 삶의 터전이자 주요 도시였던 코바니가 폐허나 다름없게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국제연합전선은 그동안 코바니를 700여회 공습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IS 전체에 가한 공습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그 사이 IS는 코바니 외 타 지역을 많이 점령해 점령 지역이 더 넓어졌다.

물론 IS도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난공불락의 IS’로 불리며 가는 곳마다 승전보를 전했지만 요충지인 코바니 전투에서 퇴각했기 때문이다. 또 코바니 한 곳에서만 전사 1196명이 사망하면서 IS 내부에서 책임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IS가 효율적 전력 배치를 위해 일부러 병력을 뺐다는 관측도 있다. 이라크 제2도시로 역시 IS가 장악하고 있는 모술에 대한 이라크 내 쿠르드자치정부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