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테스토스테론’ 투약 확인

입력 2015-01-28 04:19

박태환(26·인천시청·사진)이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원인은 근육강화제인 테스토스테론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호르몬 수치가 낮아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는 게 좋겠다”는 병원의 권유에 따라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박태환 측은 주사를 처방한 의사를 검찰에 고소까지 했지만 선수 본인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지난해 7월 29일 박태환에게 ‘네비도’ 주사를 놓은 서울 중구 T병원을 지난 23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태환을 진료한 의사 김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고 박태환도 불러 조사했다. 남성 갱년기 치료에 쓰이는 주사제 네비도에는 근육강화제의 일종이자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돼 있다. 김씨는 “투약한 것은 맞지만, 테스토스테론이 스포츠 세계에서 금지된 약물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박태환을 무료로 후원하며 재활치료 등을 담당해온 이 병원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박태환의 건강·체력 상태를 검진했다. 검진 결과 박태환은 남성호르몬 수치가 비교적 낮게 나왔고, 이에 병원 측과 남성호르몬제 투약을 의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태환은 검찰 조사에서 “네비도인 줄 모르고 주사를 맞았다” “도핑 검사 때 문제가 없게 해 달라고 수차례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태환이 주사의 문제성을 몰랐다고 해서 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반도핑규약에 따르면 금지약물이 체내에 유입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선수 각 개인의 의무다. 도핑 규정 위반 여부를 판정할 때 선수의 고의·과실·부주의 등을 입증할 필요도 없다.

무슨 주사인지 모르고 맞았다는 해명 자체도 설득력이 충분치 않다. 박태환은 평소 보양식을 먹지 않고 주사는 물론 연고·패치까지 철저히 관리한다고 알려져 왔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몰랐다’는 선수 해명이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알았든 몰랐든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수영연맹은 박태환이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 전에 받은 FINA 도핑 검사 결과를 10월 말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다음달 말 FINA 반도핑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해명해야 한다. FINA는 도핑 검사에서 적발된 선수에게 기본적으로 2∼4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다. 징계가 확정되면 샘플 추출일 이후에 획득한 메달, 랭킹 점수, 상품 등을 모두 무효화한다.

최악의 경우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박탈 가능성도 있다. 자격정지 기간에 따라 올해 7월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올림픽 출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선수 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경원 모규엽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