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검증’에… ‘철벽 수비’ 나선 이완구

입력 2015-01-28 03:23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답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27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했다. 평소보다 출근이 30분 이상 늦었다. 취재진 앞에 선 그의 손에는 토지매매계약서, 입원확인서 등 ‘검증’ 서류가 들려 있었다. 이 후보자는 차남이 증여받은 토지에 대한 투기 의혹을 비롯해 본인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이르는 여러 문제를 30분 이상 조목조목 반박했다.

◇“투기 목적이라면 5억원 넘는 증여세를 냈겠나”=이 후보자의 차남이 증여받은 경기도 분당 일대 토지 1237㎡(374평)는 2000∼2001년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가 매입했다. 당시 2억6000만원이었던 토지 가격이 이 후보자 부인에게 증여된 2002년 2배가량 올랐고, 2011년 후보자 차남에게 증여됐을 시점엔 18억원까지 치솟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 후보자는 실거래가가 7억5600만원으로 기재돼 있는 토지매매계약서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부인이 납부한 증여세(3400만원), 차남에게 부과된 증여세(5억1000만원)를 3년간 분할 납부하고 있는 증빙 자료도 제출했다.

이 후보자는 “14년 만에 2.5배가량 오른 것이 투기인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했다. 그가 들고 온 서류 앞에는 자필로 쓴 ‘투기 목적이었다면 5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냈겠나’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토지매입 경위에 대해선 “당시 고령이던 장인과 장모가 미국에서 귀국한 뒤 전원생활을 하려고 샀지만 건강이 악화돼 집을 못 짓고 아내에게 물려줬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장인·장모의 병원 입원확인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서 두 아들 키우는 장남 재산 ‘0원’=이 후보자의 장남 내외가 미국에서 두 아들을 출산해 양육하고 있는데도 장남 재산이 2010년부터 ‘0원’으로 신고된 데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측은 “후보자가 장남의 고교 졸업 당시 1000만원을 계좌로 넣어주기도 했는데 재산이 없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주소지가 이 후보자 소유의 강남 아파트로 돼 있는 장남이 어떻게 두 아들을 돌보는지 의문”이라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 측은 “유학 중인 장남은 당시 미국의 대학 교수직에 지원한 상태여서 재산이 없었다”며 “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정출산 의혹에 대해선 “유학 중이어서 당연히 미국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1994년 단국대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정책 집행에서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서 별도 표시 없이 다른 사람의 저서 내용을 인용했다는 의혹은 일부 인정했다. 그는 “20년 전 논문을 지금의 잣대로 본다면 여러분 지적이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9∼10일 열린다. 원내부대표 및 충청 출신 의원들을 전진 배치한 새누리당과 대여 공격수를 내세운 야당 간 ‘창과 방패’의 대결이 예상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