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27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했다. 평소보다 출근이 30분 이상 늦었다. 취재진 앞에 선 그의 손에는 토지매매계약서, 입원확인서 등 ‘검증’ 서류가 들려 있었다. 이 후보자는 차남이 증여받은 토지에 대한 투기 의혹을 비롯해 본인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이르는 여러 문제를 30분 이상 조목조목 반박했다.
◇“투기 목적이라면 5억원 넘는 증여세를 냈겠나”=이 후보자의 차남이 증여받은 경기도 분당 일대 토지 1237㎡(374평)는 2000∼2001년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가 매입했다. 당시 2억6000만원이었던 토지 가격이 이 후보자 부인에게 증여된 2002년 2배가량 올랐고, 2011년 후보자 차남에게 증여됐을 시점엔 18억원까지 치솟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 후보자는 실거래가가 7억5600만원으로 기재돼 있는 토지매매계약서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부인이 납부한 증여세(3400만원), 차남에게 부과된 증여세(5억1000만원)를 3년간 분할 납부하고 있는 증빙 자료도 제출했다.
이 후보자는 “14년 만에 2.5배가량 오른 것이 투기인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했다. 그가 들고 온 서류 앞에는 자필로 쓴 ‘투기 목적이었다면 5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냈겠나’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토지매입 경위에 대해선 “당시 고령이던 장인과 장모가 미국에서 귀국한 뒤 전원생활을 하려고 샀지만 건강이 악화돼 집을 못 짓고 아내에게 물려줬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장인·장모의 병원 입원확인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서 두 아들 키우는 장남 재산 ‘0원’=이 후보자의 장남 내외가 미국에서 두 아들을 출산해 양육하고 있는데도 장남 재산이 2010년부터 ‘0원’으로 신고된 데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측은 “후보자가 장남의 고교 졸업 당시 1000만원을 계좌로 넣어주기도 했는데 재산이 없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주소지가 이 후보자 소유의 강남 아파트로 돼 있는 장남이 어떻게 두 아들을 돌보는지 의문”이라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 측은 “유학 중인 장남은 당시 미국의 대학 교수직에 지원한 상태여서 재산이 없었다”며 “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정출산 의혹에 대해선 “유학 중이어서 당연히 미국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1994년 단국대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정책 집행에서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서 별도 표시 없이 다른 사람의 저서 내용을 인용했다는 의혹은 일부 인정했다. 그는 “20년 전 논문을 지금의 잣대로 본다면 여러분 지적이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9∼10일 열린다. 원내부대표 및 충청 출신 의원들을 전진 배치한 새누리당과 대여 공격수를 내세운 야당 간 ‘창과 방패’의 대결이 예상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송곳 검증’에… ‘철벽 수비’ 나선 이완구
입력 2015-01-28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