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두환 추징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입력 2015-01-28 03:30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을 받게 됐다. 제3자가 취득한 불법 재산을 별도의 재판 없이도 추징할 수 있게 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전두환(84) 전 대통령의 불법 재산을 사들인 박모(52)씨가 낸 이의신청 사건에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헌재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박씨 사건의 진행은 정지된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전두환 추징법) 9조 2항이 쟁점이다. 이 조항은 공무원의 불법 재산을 제3자가 범죄 정황을 알면서도 취득한 경우 추징할 수 있게 했다. 전씨의 추징금을 겨냥해 도입된 법으로 연좌제 및 소급입법 논란이 있었다.

재판부는 제3자에 대한 ‘연좌제’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해당 조항이 적법 절차의 원칙 및 무죄 추정 원칙 등에 반한다고 봤다. 우선 재산 압류에 앞서 당사자의 해명을 듣는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제3자에 대한 별도 재판 없이 재산 추징이 가능한 점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사자를 기소하지도 않고 재산을 압류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급입법 부분은 위헌 소지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불법 재산임을 알고도 취득한 제3자에 대한 보호가치보다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11년 전씨의 조카 이재홍(59)씨로부터 서울 한남동 땅 546㎡(약 165평)를 27억원에 구입했다. 검찰은 전씨 추징금 환수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3년 8월 이 땅을 압류했다. 박씨는 이후 “불법 재산인 줄 모르고 구입했다”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