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지지율 조사에서 민심과 당심이 엇갈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여론 조사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크게 앞서고 있지만 당원·대의원에서는 그 차이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박지원 의원이 앞서고 있다는 조사도 발표됐다. 실제 투표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민심과 당심의 ‘엇박자’ 지지를 받게 된다. 당 안팎에서는 당 통합과 새 대표의 리더십에 좋지 않은 징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까지 발표된 전당대회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민심 문재인, 당심 혼전’으로 정리된다. 지난 26일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에서는 문 의원이 47.1%를 얻어 박 의원(18.1%)을 30% 포인트 가까이 앞선다. 하지만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문 의원 38.0%, 박 의원 32.4%로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
같은 날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박 의원이 대의원 상대로 51.5%의 지지를 얻어 문 의원(31.9%)에게 20% 포인트 정도 앞선다. 권리당원에서도 박 의원(47.7%)이 문 의원(34.6%)을 앞선다. 호남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심에서는 문 의원이지만 당원들은 여론이 엇비슷하다”며 “박 의원의 ‘당권·대권 분리론’이 어느 정도 먹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디커플링 현상은 직전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2013년 5·4전당대회 당시 김한길 의원은 대의원·권리당원·여론조사에서 모두 낙승했다. 김 의원은 대의원 57.4%, 권리당원 63.6%, 여론조사 득표율 69.5%를 얻어 총득표율 61.7%로 이용섭 전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민심과 당심이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당내에서는 안 그래도 정동영 전 상임고문 탈당 등 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디커플링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민심에서 이겨 당 대표가 되더라도 당심을 얻지 못하면 당 전체를 통할하기 어렵다”며 “역으로 당원·대의원의 지지만으로 당 대표가 되면 당과 국민이 더욱 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전당대회에서 민심과 당심의 대결 구도가 되면 계파 갈등이 심해지기도 했다. 2012년 6·9전당대회 당시 이해찬 의원은 김한길 의원에게 대의원 투표에서 뒤졌지만 일반 국민이 대거 참여한 모바일 투표를 통해 선거 결과를 가까스로 뒤집었다. 이때 드러난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이후 친노·비노 갈등에 기름을 끼얹었다.
당선 가능성에서 앞서 있는 문 의원의 리더십을 향한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총·대선 승리에 절박한 당원들이 왜 대권주자였던 문 의원에게 비판적인지 친노(친노무현)계가 읽어야 한다”며 “이런 흐름이라면 문 의원이 새 대표가 돼 아무리 탕평을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도 “친노 주자인 문 의원이 그동안 지지층·당원이 요구해온 계파 혁신, 중도 외연 확대 등의 과제를 하지 못했다”며 “인지도가 높은 문 의원이 당원 지지율은 낮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문 의원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비토 여론을 의식해 지난 26일 “총리로 호남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충청표를 버리겠다는 건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거센 반발이 일자 이날 “충청분들에게 서운함을 드렸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민심 따로 당심 따로… 野, 반쪽짜리 대표 나오나
입력 2015-01-28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