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김신혜 사건 미스터리 풀릴까

입력 2015-01-28 02:13

2000년 3월 7일 새벽 4시, 전라남도 완도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한 남성(52)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그는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다. 경찰은 가족을 의심했다. 당시 23세였던 큰딸 김신혜씨와 김씨의 남동생, 여동생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피해자는 아내와 오래전 이혼한 상태였다. 김씨는 동생들과 조부모를 부양하며 사실상 가장역할을 해왔다.

김씨는 3월 8일 자정쯤 고모부와 함께 완도경찰서에 갔다가 곧바로 체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 술에 수면제를 타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성적으로 학대한 점을 범행 동기로 꼽았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 자백을 뒤집었다. 재판에서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2001년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에는 ‘김씨가 아버지에 대한 교통사고 보험 8개를 가입하고, 8억원을 타내려 했다’고 적혔다. 김씨가 3월 7일 새벽 1시 아버지에게 양주와 수면제 30알을 ‘간에 좋은 약’이라며 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복역하면서 15년 동안 줄곧 결백을 호소했다. 앞서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재심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박준영(41) 변호사는 지난해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아 김씨를 접견했다. 김씨는 “경찰이 폭행과 협박을 하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범행동기였던 ‘아버지의 성적학대’는 그나마 낮은 처벌을 받으려고 김씨와 가족들이 꾸며낸 것으로 나타났다. 박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지원을 받아 재심 청구를 진행했다. 대한변협은 김씨에 대한 재심청구 소송을 28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제기한다고 27일 밝혔다.

대한변협 측은 김씨의 범행 동기가 된 보험 8개 중 3개는 이미 효력을 잃은 상태였고, 나머지는 해지기간 2년이 지나지 않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는 상태였던 점 등을 재심사유로 꼽았다. 경찰이 영장 없이 김씨의 자택에서 김씨 물품들을 남동생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사실도 문제라고 봤다. ‘경찰로부터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폭행당했다’는 김씨 주장도 근거로 들었다.

김씨는 재심청구서에 첨부한 탄원서에서 “억울함이 풀릴 거라는 확신으로 가석방도 포기하고 15년의 기나긴 세월을 보냈다”며 “공정한 법과 절차에 따라 다시 재판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