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상환 비현실적” vs “약속은 지켜야”… 그리스·유로존 힘겨루기 시작

입력 2015-01-28 02:24
빚더미 속에서 새 정부를 꾸린 그리스에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국가들의 채무 이행 압박이 거센 가운데 선거에서 승리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부채 상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에프클리드 차칼로토스 시리자 경제부문 수석대변인이 27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의 부채 전액상환은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차칼로토스 대변인은 “그리스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그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리자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우파 그리스독립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키로 합의한 상태다. 신임 총리에 오른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에 채무 탕감 등을 요구하면서 구제금융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유로존 주요 국가들은 그리스의 채무 탕감 요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유로존 고위 관계자들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에 채무를 모두 갚으라고 요구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유로존 회원 자격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채무를 탕감하는 것에 유로존 내에서 지지가 많을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리스인들은 선거가 있었다고 해서 하룻밤 사이에 높은 실업률 등 경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주축이자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하지만 부채 의무와 긴축 약속 등은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리스의 채무는 총 3170억 유로(381조9818억원)다. 지금까지 지원받은 구제금융 규모는 2400억 유로(291조원)로, 다음 달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면 72억 유로(8조7300억원)를 더 지원받는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구제금융이 중단되고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JP모건은 “시리자와 트로이카의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지만, 결국 채무 만기연장과 이자율 인하 선에서 합의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치프라스 대표는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임명장을 받았다. 그는 이전 총리들이 그리스정교회식 선서를 했던 것과 달리 세속주의 방식으로 선서하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