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이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가장 오래 토론한 주제는 통상이나 기후변화가 아니라 ‘중국’이었다. 특히 모디 총리는 중국이 동중국해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 주변 국가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오랫동안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최근 중국의 핵잠수함이 인도 벵골만 인근에 나타나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인도는 그동안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격상을 주저하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 25일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미국-인도 아시아·태평양·인도양 지역 공동 전략 비전’에는 “(양국은) 남중국해를 비롯해 이 지역의 해상안보와 항해·비행의 자유를 강조한다. 모든 국가가 영토·해상 분쟁에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하고 국제법 원칙에 따른 평화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부분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는 대응 세력을 키우기 위해 인도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인도는 숙적인 파키스탄과 가까운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미국과 연합하지 않고 국제 문제에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외교노선을 고수해 왔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에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이런 모디 총리의 태도에 놀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모디 총리 간 중국에 대한 대화는 과거 인도 지도자들의 그것과 질적으로 달랐다”고 말했다.
중국은 양국의 외교관계가 ‘중요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됐다는 등의 분석이 나오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화통신은 미국·인도 정상의 움직임을 ‘표면적인 화해’일 뿐이라며 “기후변화, 핵 협력 등 여러 난제를 감안하면 오바마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진정한 친구가 되기에 사흘로는 너무 부족하다”고 깎아내렸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중국은 경계대상” 미국·인도 의견일치
입력 2015-01-28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