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북부 초대형 눈폭풍 강타

입력 2015-01-28 02:26
한 남성이 26일(현지시간) 눈으로 뒤덮인 미국 뉴저지주의 리버티 스테이트 공원을 거닐고 있다. 짙은 눈보라 사이로 뉴욕 맨해튼의 자유의 여신상이 어렴풋이 보인다. 필라델피아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미 북동부 지역에는 최고 1m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6000만 주민들의 발이 묶였다. AP연합뉴스

미국 동북부에 최고 1m 안팎의 폭설과 ‘허리케인급’ 강풍을 동반한 눈폭풍이 예고돼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기상청(NWS)은 26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뉴저지주에서 캐나다 접경인 메인주에 이르는 지역에 대해 ‘눈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35시간에 걸친 악천후는 특히 뉴욕과 보스턴을 강타하고, 26일 밤에서 27일 새벽에 걸쳐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보됐다. 인구 6000만명 이상이 사는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등 5개 주(州)가 동시다발로 주 차원의 ‘비상 상황’을 발령했다. 항공기 6000여편의 운항 계획이 취소됐고 대부분의 학교는 이날 조기 하교에 이어 27일 휴교를 결정했다.

밤이 되자 통행금지령이 시행되면서 대중교통이 대부분 끊겼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집 안에 머물고, 외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직장인들은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하고, 출근한 직장인은 서둘러 귀가하도록 했다. 뉴욕주는 뉴욕시를 포함한 13개 카운티에서 이날 밤 11시를 기해 버스, 지하철, 통근열차의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뉴욕 맨해튼과 뉴저지주를 잇는 링컨터널, 홀랜드터널, 조지워싱턴교도 같은 시각부터 통행이 금지됐다. 대형마트와 주유소는 휘발유나 장작, 발전기, 식료품 등을 미리 사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뉴저지주 클로스터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작을 구입한 30대 중반의 백인 남성은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했을 때와 작년 눈폭풍 때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빵, 생수, 제설장비, 통조림 등이 바닥나는 상점도 속출했다.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의 한 주민은 “상점 서너 곳을 돌아다녔는데도 우유와 달걀을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도 폭설 여파로 의사일정을 연기했다. 미국 하원은 이날 오후 인신매매 근절 등과 관련한 법안 6건을 표결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동북부 지역 의원들의 참석이 힘들 것으로 보고 표결을 취소했으며, 28일 예정된 국경강화법의 처리도 미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