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헐벗고 굶주렸다고만 여겨서는 안 된다. 평화통일은 북한의 경제적·심리적 실태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최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강남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한 ‘북한 사회의 변화·김정은 체제의 북한 현실과 미래조망’ 강연회에서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김진향(사진)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분단 체제에서 우리는 북한이 헐벗고 가난해져서 스스로 무너지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일반화의 오류 탓에 나온 희망”이라며 “헐벗고 굶주린 것이 북한의 전체 모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자료를 인용해 “2013년 북한의 대외무역규모는 역대 최대 성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제지표로 따지면 북측이 가난한 나라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손가락질 받을 대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만난 북한 근로자들은 남한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로 자신들을 동정 또는 하대하는 것에 분노를 표출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경제를 포함해 북한에 대한 총체적 무지에 빠져 있다”며 “이는 북한에 대한 정세를 오판하게 되고, 결국 정책 실패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북한을 알려는 노력 자체가 금기시됐는데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통일로 가는 행보가 쉬워진다”며 “이분법적 관점으로 굳어진 적대적 남북관계를 평화롭게 극복해야 한다. 평화를 전제로 남북이 오랜 기간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 후 남북 국력 차이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북의 지하자원 개발만 제대로 진행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북한에는 ‘21세기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稀土類)가 세계 2위 수준인 4800만t가량 매장돼 있다”며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남북이 화해·협력하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G3(주요 3개국)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기획실 행정관과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실 통일·외교·안보부처 비서관,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 등을 역임했다.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정경일 원장은 강연에 앞서 “한국교회가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를 구현하는데 책임감을 갖고, 한국사회에 부족한 실질적이고 온전한 대북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北에 대한 無知, 정책 실패 귀결 우려”… 카이스트 김진향 교수 새길기독사회문화원 강연
입력 2015-01-28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