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시인 윤동주, 별빛 같은 삶과 詩 일본에 알린다

입력 2015-01-28 03:40 수정 2015-01-28 16:54
시인 윤동주 70주기 유품유고 일본 순회전시회 준비위원회가 다음 달 5일부터 일본에서 전시할 윤동주의 작품들. 왼쪽부터 서시, 별 헤는 밤 유고 복제본, 유품. 준비위원회 제공

기독교인인 윤동주(1917∼1945) 시인의 서거 7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이 일본 기독대학 등에서 전시된다. 윤동주의 육필 원고가 일본에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시인 윤동주 70주기 유품유고 일본 순회전시회 준비위원회(위원장 유시경 대한성공회 신부)는 “다음 달 5∼25일 일본에서 윤동주의 친필 유고와 그가 갖고 있던 작품들을 전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윤동주의 작품은 후쿠오카 규슈대학, 교토 도시샤대 갤러리, 도쿄 릿쿄대학에 전시된다. 이곳은 모두 윤동주의 일본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곳이다. 그는 도쿄와 교토에서 공부했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삶을 마감했다.

윤동주의 작품이 일본에서 전시되기까지는 릿쿄대학 한국사무소장이자 전시회 준비위원장인 유시경 신부의 공이 컸다. 유 신부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릿쿄대학에 교목으로 재직할 때부터 윤동주 관련 행사를 준비했다. 2008년 ‘시인 윤동주 기념회’를 학내에 만들어 매년 2월 윤동주 기일을 전후해 추도 모임을 열었고, ‘윤동주 국제교류 장학금’도 만들었다.

윤동주의 성장과정에서 기독교를 빼놓을 수 없다. 윤동주의 할아버지는 만주 지역에 있는 명동교회 장로였고, 자신도 유아세례를 받는 등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는 ‘십자가’ ‘팔복’ ‘눈 감고 간다’ ‘새벽이 올 때까지’ 등 성경을 기반으로 한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진학한 릿쿄대학 역시 성공회가 운영하고 있으며 도시샤대도 일본 조합교회에서 운영하는 기독교계 학교였다.

유 신부는 “기독교 신앙으로 자란 윤동주는 시를 통해 고결한 정신과 삶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 줬다”며 “일본 크리스천들뿐 아니라 한국 크리스천들에게도 큰 의미를 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사회가 우경화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지금이 윤동주의 시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며 “그의 작품을 통해 역사를 올바로 기억하고 평화롭고 바람직한 미래상을 함께 그려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서는 ‘시 아닌 시’ ‘창’ 등 친필 유고와 ‘정지용시집’ ‘영랑시집’ ‘백석시집 사슴’ 등의 시집이 전시된다. 폴 발레리의 ‘시학서설’ ‘문학론’, 마르셀 프루스트의 ‘치유의 나날’ 등 그가 보유하고 있던 작품들과 그의 시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릿쿄대학 편지지에 씌어진 5편의 시’ 등 총 51권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은 모두 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가 보관하고 있는 것을 준비위원회가 대여해 전시한다.

기념식과 강연회도 진행된다. 다음 달 8일에는 윤동주 시인의 조카인 성균관대 윤인석 교수가, 14일에는 고은 시인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22일 릿쿄대학에서는 ‘윤동주 평전’을 쓴 송우혜 작가의 강연과 함께 한국어 일본어로 진행되는 시낭독회와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는 추모예배가 열린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