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26일은 한국 축구의 날이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이라크를 2대 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27년 만의 결승 진출에 축구팬들은 밤늦도록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이 중에서 네티즌이 유독 몰린 곳이 있습니다. ‘가생이닷컴’ ‘개소문닷컴’ 같이 외국 네티즌의 반응을 번역해주는 사이트입니다. 이들은 27일 새벽까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는데요. 경기가 끝나고 6시간이나 지난 오전 2시에도 가생이의 한국 축구 관련 게시물에는 ‘접속자 폭주로 접속이 원활치 않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접속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떴습니다.
가생이와 개소문에 제대로 들어갈 수 없게 되자 포털사이트 등에는 접속불가 이유를 알아보려는 네티즌이 몰리면서 가생이나 개소문이 검색어로 뜨기도 했습니다. 엠엘비파크 같은 커뮤니티에는 ‘가생이 폭발’ ‘가생이 서버 또 터졌네요’라는 글이 잇따라 올랐죠.
이유요? 의외로 단순합니다. 우리 네티즌들이 ‘영원한 숙적’ 일본 네티즌의 반응을 궁금해한 것입니다. 일본은 지난 23일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며 8강에 머물고 말았는데요. 가생이가 공개한 일본 네티즌의 반응은 “한국 망해라” “열 받아”와 같은 질시 어린 댓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만큼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이 참가한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일본 네티즌 반응을 확인하려는 한국 네티즌이 쇄도할 것입니다. 가생이와 개소문은 접속자 폭주의 홍역을 또 치르게 되겠죠.
일본 네티즌의 반응에 열광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일부에서는 “저급하고 민족편향적인 관음증 문화”라고 비판하지만 “경쟁심을 자극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킨다”는 옹호론도 있습니다. 일본 네티즌 반응을 인터넷 기사의 중요한 소재로 활용하는 쿡기자로서는 옹호하는 편에 서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를 확인하는 일만큼 흥분되는 일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친절한 쿡기자] 한국이 아시안컵 축구 이겼는데… 국내 일본어 번역사이트가 마비
입력 2015-01-28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