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착화되는 빈곤의 대물림 방치해선 안 돼

입력 2015-01-28 02:14
빈곤의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빈곤 탈출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7일 발표한 ‘2014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는 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나 중산층 이상으로 계층 이동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7048가구를 대상으로 인구집단별 생활실태 등을 파악한 것으로 2006년부터 시작된 한국복지패널 조사의 9차년도분이다. 조사 결과 저소득층 가운데 중산층 또는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빈곤탈출률은 22.6%로 역대 최저치였다. 첫 조사에서 32.4%를 기록한 빈곤탈출률이 8년 사이 10%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가난의 대물림이다.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이동한 비율은 22.3%(4.5명 중 1명)로 첫 조사 이후 가장 낮았다.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으로 수직 이동한 비율은 0.3%에 그쳐 첫 조사 때에 비해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소득층은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로, 신분 상승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계층 간에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이 이젠 통하지 않는 시대다. 반면 고소득층이 계속 제자리에 남을 확률은 오히려 높아져 직전 조사 때보다 2.1% 포인트 오른 77.3%를 기록했다.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하락한 경우도 역대 조사 중 가장 낮은 0.4%에 불과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고착화가 심각하다.

빈곤 탈출이 힘든 사회가 된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정규직 양산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서다. 수출과 소비 부진 등으로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3.3%에 그치는 등 저성장 기조도 굳어지고 있어 빈곤 해결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일자리 창출이나 가계소득 증대가 요원해진다. 소득 양극화는 교육 격차로도 이어진다. 가난의 늪에 빠지면 교육 받을 기회가 줄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미래의 빈곤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사회 안정을 위해 소득분배 개선과 저소득층 복지 강화에 힘을 써야 함에도 별반 신경을 쓰지 못해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정책도 따로 논다. 소득주도 성장 체제로 가야 함에도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기업의 편의만 보살핀다. 국가 재정난에 서민 호주머니만 털 궁리를 하고 있고, 교육 수준 강화와는 엇박자인 교육재정교부금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니 희망의 사다리는 보이지 않고 악순환만 반복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