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로부터 동료애·단결심 배워… 조류 분야 최고 전문가 되고 싶어”

입력 2015-01-28 00:53
‘최연소 새 박사’로 불리는 조류 생태 연구가 정다미씨가 박제된 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2월 18일 개봉되는 애니메이션 ‘옐로우버드’의 홍보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이노기획 제공
“철새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에 감동했어요. 수천㎞를 여행하는 철새들의 험난한 여정을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연소 새 박사’로 불리는 정다미(24)씨가 오는 2월 18일 개봉되는 애니메이션 ‘옐로우버드’ 홍보를 자처하고 나섰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옐로우버드’는 집 밖에는 별로 나가본 적 없는 소심한 꼬마 새 옐로우버드가 유럽에서 북극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여행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정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새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많았지만 철새를 소재로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특히 주인공 옐로우버드가 다른 새들과 함께 하늘을 훨훨 나는 장면에서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런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영화 홍보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정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각종 조류 탐사활동을 벌여 ‘새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독수리가 농약을 먹고 떼죽음 당한 소식에 충격받은 것을 계기로 조류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에 입학한 후에도 조류 탐사활동을 계속했다.

틈만 나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새들의 관찰일지와 사진기록을 남겼고 지금은 모습과 울음소리만으로도 수백 종의 조류를 구별할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2012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 생태 캠프’에 한국 대학생 대표단 자격으로 참가했다. 조류 생태 사진전을 열고 배우 소지섭과 함께 관련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2013년 교육부 주최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정씨는 영화 장면과 철새의 이동경로 등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홍보용 ‘철새탐구 영상’을 최근 제작했다. 2월 11일 강연 시사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철새들이 전열을 흩트리지 않고 종착지까지 날아가는 모습에서 동료애와 단결심을 배우게 된다”며 “이런 교육적인 내용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제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2013년 제비 200마리에 가락지를 달아줬는데 지난해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오더라고요. 제비가 사람들과 친하고 영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정씨는 “학생들에게 새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는 대학교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처럼 조류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