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DNA’ 세계에 보여주고 틈만 나면 사죄하는 獨… 틈만 나면 부인하는 日과 상반

입력 2015-01-28 02:32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행사에서 “나치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행사에서도 유대인에게 사과하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과거 역사를 반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AP연합뉴스

과거 나치가 벌인 유대인 집단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해 반성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잇단 발언이 국제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성은커녕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메르켈 총리는 26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을 하루 앞두고 베를린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나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면서 “아우슈비츠는 항상 인간성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상징하는 장소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는 600만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고, 아우슈비츠에서만 100만명이 고통 속에 희생됐다.

이날 반성은 과거사에만 그치지 않고 반(反)유대인 정서가 퍼지고 있는 현재로 이어졌다. 메르켈 총리는 유대인 10만명이 현재 독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오늘날까지도 그들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모욕당하고 공격받거나 위협받는 상황은 독일로서는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우슈비츠는 독일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이민자들을 적대시하는 구호를 따르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행사에서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1월 9일은 1938년 나치 대원들이 독일 전역의 유대인을 약탈한 사건(크리스탈나흐트·수정의 밤)이 벌어진 날이기도 하다”면서 “역사가 우리에게 지운 짐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연방의회에서 별도로 열린 기념행사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자성은 계속됐다. 중도 우파 성향의 연정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의 페터 타우버 사무총장은 “우리는 나치 만행과 독재 체제를 기억해야만 한다”면서 “특히 어려서부터 인종주의와 전체주의를 인식할 안목을 갖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대인들에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독일은 끝없이 반성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정파를 초월한 독일 정치권의 이런 행보는 전쟁 기간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리는 일본과 대조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9일 유대인 추모 시설에 방문해 인권에 대한 연설을 하면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25일에는 심지어 올해 일본 패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새 담화에서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핵심인 과거사 반성 부분을 뺄 수도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편 홀로코스트 생존자 300명은 2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이제 54명에 불과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