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국정을 이끄는 양축이다.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면 여당은 관련법 제·개정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당정(黨政)이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원활한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국익에 관계되거나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정책 시행을 앞두고 당정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 새누리당이 정부 정책이나 방침에 제동을 거는 일이 잦아졌다. 정부가 새누리당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을 연달아 쏟아낸 결과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군인 및 사학연금을 손보겠다는 얘기를 불쑥 꺼냈다가 새누리당으로부터도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공무원연금 개혁 하나만으로도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마디 언질도 주지 않고 군인·사학연금까지 개혁하겠다고 하니 새누리당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건 당연하다. 김무성 대표 입에선 야당 대표가 할 법한 “정부의 무능”이란 말이 튀어나왔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정부 뒤치다꺼리에 골병이 들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이 정도 홍역을 치렀으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 딴판이다. 행정자치부와 교육부는 각각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및 대학입시 인성평가 강화 방침을 밝혔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꼬리를 내렸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에 십자가를 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야당을 먼저 설득하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당과 정부가 화학적으로 융합하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죽하면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27일 “당과 사전협의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확정된 듯 공개 발표하는 행태가 반복돼 우려된다”고 탄식까지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 강화와 사회부처 정책조율 등을 위해 사회부총리 직을 신설했다. 기존의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외에 사회부총리를 신설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총괄 조정, 지휘하는 3각 컨트롤타워의 틀은 갖춰졌다. 그러나 지방세, 대입 정책 발표에서 보듯 달라진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당정이 연금개혁 파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마당에 건건이 엇박자만 내고 있으니 국민들은 기댈 언덕이 없다. 가뜩이나 ‘13월의 울화통’이 돼버린 연말정산 때문에 열받아 있는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국민은 조변석개하는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실현되기 어렵다. 국민 동의로 가는 전단계가 바로 당정 간 의견조율 과정이다. 정책 실현의 동력 확보를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을 생략한 채 정부가 빠른 길로 가려고만 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기는 것이다. 대통령의 ‘빽’에 기대 ‘정부가 정하면 당은 따르라’는 식의 정책 결정은 진작 없어졌어야 할 구시대의 잔재다.
[사설] 黨政, 정책 불신 자초하는 엇박자 바로잡아라
입력 2015-01-28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