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긴급 구호대원 9명이 지난 4주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치료 활동을 한 뒤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전염성이나 치료 방법 등 현재의 상황을 볼 때 에볼라 치료 및 구호 활동은 사실상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실제 외국 의료진이 활동 중 감염된 사례들도 있다. 그러니 에볼라 창궐 지역에 남을 위해 갔다는 것 자체가 영웅적 행위다. 굳이 인류애 때문이라거나, 희생·봉사 정신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그들의 의료 활동에는 이미 그런 의미가 배어 있다.
그런데 귀국 상황을 살펴보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구호대원들은 공항의 보안구역에서 관련 부처 과장급들의 간단한 인사만 받고 바로 격리 시설로 향했다. 검역에서 모두 ‘이상 없음’으로 판정 받았지만, 바이러스 잠복기(3주) 동안 격리된 뒤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다. 단지 공항에서 거창한 환영 행사나 플래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씁쓸한 것이 아니다. 신분 노출을 꺼려야만 되는 일단의 사회적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숭고한 활동을 했지만 굳이 쉬쉬하면서 귀국한 것은 구호대원들이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유는 자신이나 가족들이 주위로부터 ‘에볼라에 감염됐을 수도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본인이나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 등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대원들은 출국 때도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 일부의 편견이나 무지, 후진성이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의료진을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국 의료진이 귀국하자 그들과 함께 TV 앞에 서서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지난 22일 라이베리아에서 돌아온 인민해방군 의료대 82명의 귀국 사진을 크게 보도했다. 에볼라 의료진의 ‘쉬쉬 귀국’은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와 불신, 남에 대한 배려 부족을 상징하는 자화상인 듯하다. 우리 사회가 좀더 여유 있고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사설] 에볼라 의료진의 ‘쉬쉬 귀국’은 부끄러운 자화상
입력 2015-01-28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