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가 언어다. 동물들도 소리 냄새 동작 등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제한적으로 전달하지만, 사람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뜻을 창조적이면서도 다양하게 전달할 수 있다.
말과 글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도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들로 하여금 언어를 사용해 살아가게 하셨다. 그러므로 말과 글로 자신의 뜻을 온전하게 표현하고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하루 2만 단어 정도를 사용한다. 남성보다 1만3000 단어를 더 사용하는 것인데, 이는 여성의 두뇌에 ‘언어 단백질(Foxp2)’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여성들이 언어를 사용하는 행복을 더 누리며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우리가 매일 얼마나 많은 언어를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이다. 가깝게는 가족, 직장 동료, 교회 성도, 더 넓게는 인터넷 등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접하는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에게 우리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는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와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사용 언어가 너무 거칠고 난폭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일부 학생들이나 연예인들이 마음 상하게 하는 말이나 악플 등으로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들이 이를 증명한다.
어린이들은 부모나 선생님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로 남는 말들을 많이 듣는 것 같다. 친구들을 통해 심한 욕들을 너무 쉽게 배우는가 하면 인터넷이나 SNS에서의 악플에 여과 없이 노출돼 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하고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나 스스로 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실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젊은이들을 신앙적으로, 인격적으로 교육시켰던 지혜자들이 잠언을 통해 자주, 그리고 중요하게 강조했던 덕목이 있다.
지혜자들은 거짓말(10:18)과 필요 없이 많은 말(10:19), 남을 험담하는 말(11:13), 남을 해롭게 하려는 의도의 말(12:6), 과격한 말(15:1), 남의 말을 끊고 하는 말(18:13) 등을 피하라고 권면한다. 아울러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원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은 지혜로운 말(10:13), 침묵(10:19), 정직한 말(12:17, 20), 부드러운 말(15:1), 경우에 합당한 말(25:11) 등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언어 사용과 관련된 잠언의 여러 가르침들 가운데 15장 4절 말씀은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새기고 실천하도록 권하고 싶다.
“따뜻한 말은 생명나무와 같지만 가시 돋친 말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새번역 개정판) 히브리어 원어적인 의미를 살려 본다면 “치유하는 말은 생명나무와 같지만, 비뚤어진 말은 마음을 산산조각으로 깨뜨린다”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정, 직장, 언론 매체 등에서 가시 돋친 말, 비뚤어진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들어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서로 마음 깊숙한 곳에 크고 작은 상처들을 안고 살고 있을 수 있다. 이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사용하는 따뜻한 말, 치유하는 말들로 말미암아 우리 가족과 직장 동료, 그리고 이웃들의 마음에 생명나무가 한 그루씩 심어지기를 바란다.
“나는 좋은 격려 한마디를 들으면 두 달을 기쁘게 살 수 있다”는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말처럼, 그리스도인들이 칭찬과 격려, 위로와 용서가 담긴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 우리 사회와 이웃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주인공들이 되길 바란다.
이형원 교수(침례신학대 대학원장)
[시온의 소리-이형원] 치유의 언어가 필요한 세상
입력 2015-01-28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