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대한변호사협회 신임 회장 하창우 변호사 “농민의 자식도 법조인 될 수 있는 司試 존치돼야”

입력 2015-01-28 01:54 수정 2015-01-28 14:02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차기 회장은 변협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적 쟁점에 관해 변협이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변협은 법률가 단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국민 편에서 사법제도를 발전시키는 데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된 변협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의식한 발언이다. 구성찬 기자

판사 출신도, 검사 출신도 아니다. 재야에서 30년간 잡초처럼 자랐다. '전관(前官)' 타이틀이 없는 순수한 재야의 변호사다. 대한변호사협회 제48대 회장으로 선출된 하창우(61) 변호사. 지난 12일 변협 회장 선거에서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에 오른 그는 변호사라는 외길만을 걸어온 인물이다.



당선 이후 변협 업무 인수인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하 변호사를 지난 21일 서울 서초4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법조3륜(법원·검찰·변호사협회)의 한 축을 이루는 수장으로서 등록 회원 2만여명(개업 회원은 1만5000여명)인 변협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관한 각오를 들었다.



인터뷰 도중 본인이 선거 핵심 공약으로 내건 사법시험(사시) 존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고, 대법원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상고법원 설치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각을 세웠다. 사회적으로 첨예한 대립과 논쟁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내부 과제도 산더미처럼 많다. 최근 3년간 변협 내에 새로 진출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 등 다양화된 구성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실업 위기에 처한 청년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그는 "변협이 국민을 위한 공익적 역할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같은 내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이끌어내서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하는 변협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회장 임기는 다음 달 23일 시작된다.



-사시 존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7년 사시를 폐지하기로 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게 사회적 합의였습니다. 소모적 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로스쿨은 학비가 너무 비쌉니다. 성균관대의 경우 한 학년 등록금이 2100만원이나 됩니다. 농부의 아들이나 서민의 자녀가 로스쿨 다니기 어렵습니다. 사시는 로스쿨과 무관하게 존치돼야 합니다.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해야 평등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가난을 대물림해선 안 됩니다. 농부의 아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게 사법의 정의입니다. 로스쿨을 먼저 도입한 일본도 예비시험이란 제도를 둬서 로스쿨 외에 법조인이 되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상고법원 추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인데요(급격한 상고사건 증가에 따라 대법원과 별도로 상고사건을 맡도록 하는 내용의 상고법원 도입 법안은 지난달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여야 의원 168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상고법원 설치는 위헌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헌법 101조 2항을 보면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돼 있습니다. 각급법원은 하급법원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상급심 구조를 이원화해 대법원과 상고법원 두 개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고법원도 아니고 하급법원도 아닌 상고법원은 헌법상 차지할 지위가 없습니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합니다. 삼권분립 원칙 하에서 국회와 대통령의 견제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상고법원 판사는 이런 견제를 하나도 받지 않습니다. 또 상고법원 재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맡는데 항소심과 같은 급수의 판사한테 다시 재판받는 격입니다. 이는 헌법적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상고법원 대신 대법관 증원이 해답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뭡니까.

“상고법원 도입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대법관 업무를 경감시켜 주겠다는 겁니다. 그것은 대법관 편의를 위한 것이지 결코 국민 이익을 위한 게 아닙니다.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면 됩니다. 지금 정원 14명 가운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재판을 담당하는 대법관이 12명입니다. 그 3배가 되는 36명으로 늘려야 합니다.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하면 38명이죠. 장기적으론 50명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증원을 대법원에서 싫어하는 건 대법관의 명예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9명인데 자기들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명예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기득권을 고수하겠다는 겁니다.”



-대법관을 증원하면 전원합의체 합의가 어려워진다고 대법원은 주장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교황 선출도 수백명의 추기경이 모여 전원 합의로 하는데 30∼40명이 앉아서 못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핑곗거리입니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위헌 논란과 관련해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다고 합니다(헌재는 1992년 6월 소액사건에 대한 상고 제한과 관련해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해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건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끝나는 간단한 재판제도에 관한 판례입니다. 모든 재판을 대법원에서 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취지죠. 하지만 상고법원은 헌법적 지위가 없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상고법원은 각급법원에 포함돼 대법원 밑에 있는 구조가 됩니다. 그러면 4심제가 되는 거죠. 이런 구조에서 상급심까지 갔는데 최고법원이 아닌 상고법원이 사건을 종결지으면 헌법상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 헌법은 이런 구조의 4심제를 예상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다음 달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판·검사 출신 3명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는데 대법관 인적 구성의 획일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법관 14명 전원이 판사 출신입니다. 순수 재야나 검찰, 학계 출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법관 일색의 눈으로 판결을 내리면 다양한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지역(영남-호남 등)과 학교(서울대-비서울대)의 다양화보다는 학계, 검사, 변호사 출신 등 직역의 다양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은 대법관 구성이 오히려 일원화됐습니다. 이번 추천자 3명 중에서 그나마 인적 구성의 다양화가 이뤄지려면 검찰 출신이 대법관에 올라야 합니다.”(공교롭게도 인터뷰 직후 양승태 대법원장은 검찰 출신인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최근 현직 판사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대법원에 감찰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윤리감사관이 있는데 판사 윤리에 관한 교육을 하는 예방적 기능에 머물러 있습니다. 판사 비리에 관한 조사 기능은 전혀 없습니다. 기본적인 조사권을 가진 감찰부를 만들어 자체 비리를 조사해야 합니다. 다만 범죄수사 같은 건 할 수 없겠죠. 때문에 감찰부가 검찰에 판사 비리 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검찰의 조사결과를 통보받아 징계나 고발조치하는 식의 제도적 장치를 구비해야 합니다. 징계제도 자체도 잘못됐습니다. 판사 비리가 불거지면 사건의 실체가 규명될 때까지 사표를 수리해선 안 됩니다. 판사가 비리를 저지르면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을 갖게 해줘야 합니다.”



-법조계의 병폐인 전관예우 타파를 강조했습니다. 근절방안이 있습니까.

“전관예우 비리가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탈법행위가 횡행합니다. 1년간 퇴직 전 근무지의 사건 수임이 금지돼 있음에도 현직 판·검사로 명예를 누리고 나온 뒤 종전 근무지의 로펌에 들어가 다른 변호사 명의를 이용해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 쪽에서도 벌어지고 있어요. 고위직 검찰 출신 변호사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선임계 없이 수임하고 검찰청에 전화해 변론을 한다고 합니다. 실제 사례로 2억5000만원의 수임료를 받아 1억원씩 받아 챙긴 것이 검사장급이라고 하니 심각한 문제죠. 사건이 종결된 고액 의뢰인들의 제보를 받아 변협 차원에서 조사해 징계하고 고발 조치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전관예우 비리 고발센터를 만들겠습니다. 전관예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있는 고질적 병폐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합니다.”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1000명(로스쿨 800명+사시 200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했는데 변호사업계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시각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일본의 지난해 변호사 합격자 수가 1810명입니다. 일본은 인구가 우리의 2.5배이고 국내총생산(GDP)은 4배입니다. 근데 우리는 합격자가 연간 2500명으로 최근 3년간 7500명이 배출됐습니다. 법률시장도 경제시장에 속해 있습니다. 법률시장이 수요 공급을 적정하게 유지해줘야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위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할 수 없습니다. 청년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도 고려돼야 합니다. 지금은 합격자가 너무 많아 줄일 필요가 있는 겁니다.”



-변협 차원에서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하는 검사평가제는 어떻게 추진하는 겁니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검찰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가 그것입니다. 이러다보니 검찰권 남용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많습니다. 잘못된 검찰권 행사를 견제해야 합니다. 견제 주체는 변호사밖에 없습니다. 검사 평가가 별로 어렵지는 않아요. 형사사건과 관련해 수임변호사들 중심으로 검사의 직무능력, 사건처리 태도, 공평성, 품위 여부 등을 조사해 정확하고 구체적인 평가를 하면 됩니다. 이를 검찰에 넘겨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