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세컨드카… 그래도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

입력 2015-01-28 03:06

제너럴모터스(GM) 메리 바라 CEO는 이달 중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순수 전기차 볼트(Bolt) EV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2017년까지 전기차 생산 50만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볼트EV는 1회 충전으로 321㎞ 이상 주행하며, 3만 달러(3247만원) 정도 가격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름 대신 전기 모터와 배터리만으로 작동되는 전기차는 차세대·친환경 자동차의 상징이다. 대부분 국제 모터쇼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업계 1위 업체인 보쉬는 이달 초 202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50만대로 2013년에 비해 25배 늘어나며,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10.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불편한 출퇴근용=개인사업을 하는 박모(36)씨는 지난해 5월 전기차 BMW i3를 구입했다. 서울 청담동 집과 논현동 사무실, 경기도 수원의 공장을 오가는 출퇴근용으로 사용한다. 하루 50∼100㎞를 달린다. 도로에서 차가 멈출까봐 충전량의 4분의 1 정도는 반드시 남긴다. 처음에는 가전용 전기로 충전하려 했지만 12시간이 지나도 완전충전이 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집 주차장에 300만원을 들여 충전기를 설치했다. 현재 한 달 전기요금이 4만원 정도 나온다. 박씨는 “소음과 진동이 없어 좋지만 주행거리가 130∼140㎞여서 장거리용으로 쓰지 못한다”며 “세컨드카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전기차들의 주행능력은 우수하다. 기아 쏘울EV, i3 등은 일반 자동차와 주행능력에 차이가 없다. 100㎞를 쉽게 넘는 가속능력도 괜찮고, 소음과 진동은 거의 없는 편이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순수 전기차는 기아차의 쏘울EV와 레이EV, i3, 한국지엠 스파크EV, 르노삼성 SM3 Z.E, 닛산 리프 등 6종이다. 국내에 등록된 전기자동차는 3000대 정도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등록 자동차가 2000만대를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0.015%에 불과하다. 지난해 판매량은 쏘울EV가 538대, i3와 닛산 리프가 186대 등 모두 800여대가 팔렸다.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하면 판매량은 저조하다.

◇문제는 주행거리=국내 판매되는 대부분의 전기차는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150㎞ 안팎이다. 완속충전기로 충전할 경우 3∼4시간 정도가 걸리고,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20∼30분 정도에 배터리의 70% 정도가 충전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7일 “다양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150㎞ 정도가 한계”라고 말했다. 2012년 출시돼 10만 달러의 높은 가격에도 5만대 이상이 팔린 미국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모델S는 400㎞ 이상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를 배 이상 장착해 주행거리를 늘린 방식이다.

전기차 시장이 예상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것은 결국 주행거리의 한계와 충전시설의 부족·불편함 때문이다. 산업통산자원부와 환경부는 지난달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전기차 급속충전시설 확대, 세제 혜택 지속, 공공기관 신규 구입 및 임차 승용차의 25% 이상을 전기차 구매, 각종 기술개발 지원, 전기버스, 전기택시 보급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2020년까지 누적 전기차 차량 수를 20만대까지 늘리고, 지난해 기준 232기인 공공급속충전시설도 2019년까지 1000기로 늘리기로 했다. 3000여기가 보급된 완속충전기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업체 중심으로 꾸준히 보급되고 있다. BMW는 이마트와 협력해 전국 이마트 매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했고, 규모를 확대 중이다.

◇기술개발이 전기차의 미래 좌우=자동차업계는 충전시설 확충보다는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이 현재보다 2∼3배 향상돼야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 업체들(LG화학, 삼성SDI)과 일본 업체들이 양분하고 있으며, 배터리 기술개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내 건전지 액체를 기름처럼 교환하는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물론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전기차에 이용되는 리튬이온전지를 뛰어넘는 개념의 배터리가 개발되고 상용화돼야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지금은 이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