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쎄시봉’은 1970년대 서울 무교동의 음악클럽 쎄시봉이 배경이다. 쎄시봉의 중심에는 윤형주와 송창식이 짝을 이룬 트윈폴리오가 있었다. 그런데 트윈폴리오 이전에 ‘쎄시봉 트리오’가 있었다는 사실. 영화는 제3의 멤버 오근태를 통해 추억어린 음악과 낭만 그리고 가슴 아픈 사랑을 펼쳐 보인다. 주인공 오근태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으로 화제를 모은 정우(34)가 연기했다.
‘쎄시봉’ 시사회 다음날인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인터뷰 내내 소탈하고 쾌활한 성격이었다. 상업영화 첫 출연인데 소감부터 물었다. “좀 더 치고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하지만 중간 중간에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은 기억에 남을 만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는 윤형주(강하늘) 송창식(조복래) 이장희(진구) 조영남(김인권)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린다. “쎄시봉 트리오의 멤버 한 분이 앨범을 내기 나흘 전에 갑자기 군대를 갔다고 해요. 그래서 그룹 이름을 할 수 없이 트윈폴리오로 지은 거랍니다. 실제상황은 딱 여기까지이고 나머지는 전부 허구예요.”
정우는 극중에서 노래와 기타 실력을 뽐낸다. “원래 노래방에서 노래 잘 불렀는데 막상 카메라가 들어오니 긴장되긴 했어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진심을 다해 부를 때 열정과 절실함이 전달되듯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타는 석 달 정도 배웠는데 처음엔 ‘삑사리’가 많이 났죠. 영화에서 F코드 잡는 거 엄청 연습하는데 지금은 잘해요.”
오근태의 실제 인물은 토목전문가 이익균씨다. 이씨는 수년 전 예능 프로그램의 ‘쎄시봉’ 특집 때 깜짝 출연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분을 한번 만났어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었죠. 그분 고향이 부산인데 제 사투리 대사를 걱정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부산 출신이라고 했죠. 알고 보니 부산상고 선배님인 것 있죠? 이런 인연이 어디 있나 싶었죠.”
영화는 70년대의 통기타 음악을 들려주면서 오근태와 민자영(한효주)의 사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정우는 “사랑의 감정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려고 애썼다”며 “한효주씨는 털털하고 활발한 성격이지만 생각보다 말수가 적었다”고 전했다. 골목길에서 나누는 키스신은 카메라의 각도를 달리해서 여러 번 찍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응사’에 이어 이번에도 복고풍 영화에 나서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의도한 건 아니고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쎄시봉 당시에 제가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첫사랑의 감정이나 아스라한 추억은 시공간을 떠나 오래 남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극중 사랑과 우정을 사이에 두고 운명이 바뀌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신은 “당연히 사랑을 선택하죠. 사랑”이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첫사랑이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당연하죠. 초등학교 2학년 때 조례시간에 차렷하면서 여학생과 손등이 부딪쳤는데 설레는 느낌이 있었어요. 저에게는 그게 첫사랑입니다. 하하.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을 텐데 ‘쎄시봉’은 청춘남녀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예요. 진심이 얼마나 전달되느냐가 공감의 관건이겠죠.”
세월이 흐른 후의 오근태는 김윤석이 연기한다. “선배님이 저의 중년을 맡았으니 영광이죠. 차기작 ‘히말라야’에서는 황정민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고요. 앞으로 어떤 배역을 맡든 그 속에 정우라는 사람이 들어있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종 해맑은 웃음과 즐거운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는 그는 행복해보였다. 옆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2월 5일 개봉. 15세 관람가. 122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복고풍 영화 ‘쎄시봉’서 주연 맡은 정우 “첫사랑 감정 물 흐르듯 연기했어요”
입력 2015-01-28 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