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변화를 시사한 건 20.27%로 고정돼 있는 교부율을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국세 수입이 100이라면 20.27은 무조건 교육교부금으로 쓰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교부율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교육계 등 반발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예산 당국의 입장이 상당 부분 녹아 있다. 학생 수 감소로 교육 환경이 달라졌다는 언급은 기획재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내국세 증가에 따라 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한다는 지적도 “교육재정교부금이 재정 운영의 경직성을 높여 문제”라는 기재부의 기존 시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지금처럼 학생이 줄면 2030년쯤 530여만명까지 감소하기 때문에 현행 교부율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교육계는 학생 수가 줄지만 교육예산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교부율을 높이자고 주장해 왔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한 반에 60명씩 수업을 받았지만 지금은 20∼30명 규모로 축소되는 등 교육 여건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부율을 25%로 높여야 누리과정 예산 등 증가하고 있는 교육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회에서도 교부율을 22∼25%로 높이는 내용의 법안들이 논의돼 왔으며, 이를 두고 교육계와 기재부가 줄다리기를 해왔다.
박 대통령이 기재부의 손을 들어주는 발언이 나오자 교육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장휘국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광주시교육감)은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교육예산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장애 학생 1인당 들어가는 교육비는 일반 학생의 몇 배”라며 “교육을 효율성 관점에서만 보는 건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도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지 않고 있는데 더 줄어들면 (교육청은) 손놓고 있으라는 얘기”라면서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부정적이다. 교총 관계자는 “교부금으로 안정적 교육 재정을 확보하라는 게 법의 정신”이라며 “우리나라 교육 환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겨울엔 냉장고 교실, 여름엔 찜통 교실이다. 교부금 줄이면 교육의 뿌리를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교육재정을 희생시키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이들의 힘을 빼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되며 교육자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지방재정 개혁 논란] 교육계, 교부율 인하 가시화에 ‘비상’
입력 2015-01-27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