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개혁 논란] ‘증세 없는 복지’ 고수… 중앙 對 지방 갈등 불보듯

입력 2015-01-27 03:15 수정 2015-01-27 09:45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참모들의 공간인 청와대 위민관에서 올해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신임 특보·수석들과 함께 티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조신 미래전략수석, 신성호 홍보특보, 이명재 민정특보, 우병우 민정수석, 박 대통령, 김성우 사회문화특보, 임종인 안보특보, 현정택 정책조정수석.<기사 4면>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재정난 해결책으로 지방재정 제도 개혁을 제안한 것은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조세저항’을 피하면서 재정 부족분을 메우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향후 현 제도의 엄밀한 분석은 물론 합리적 대안이 뒤따르지 않으면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의 갈등이 폭발할 소지가 다분하다.

◇세수부족 재정난 해결 차선책(?)=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방재정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세수 부족과 복지 수요 증가’를 언급했다. 세수가 계속해서 충분히 걷히지 않아 재정 부족이 심화되고 있지만 기초연금 등 복지 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취지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최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을 통해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근혜정부의 상징적 전략인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선 다른 재정 지출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 정부가 ‘무상복지’를 위해 다른 재정 분야에 메스를 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찮다.

물론 중앙과 지방의 상생을 위한 제도적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은 있어 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지방재정과 관련해 “지금까지 논의는 중앙과 지방 간 재원 배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제도개선 측면에는 관심이 부족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 지방재정 제도의 재점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지자체 여건에 맞는 탄력적 운용’ ‘지방재정 외부평가 시스템 도입’ ‘지방부담심의위원회의 대통령 직속 기구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일이 항목 열거하며 재검토 주문=박 대통령은 재정난 해결 방안으로 지방교부세, 특별교부세, 교육재정교부금을 일일이 거론했다. 재검토 이유도 설명했다. 지방교부세에 대해선 “(지자체가) 자체 세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교부세가 줄기 때문에 자체 세입 확대 동기나 의욕을 꺾는 비효율적인 구조는 아닌가”라며 지자체의 미온적 세수확보 노력을 적폐 사례로 꼽았다. 또 “고령화로 증가하는 복지 수요의 크기가 교부세 배분 기준에 제대로 반영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향후 노인인구 등 복지 수요 반영 비율을 확대하는 쪽으로 지방교부세 배분 기준 개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부담금에 대해서도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학교 통폐합 같은 세출 효율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지금 전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방의 자체 구조 개혁을 독려하는 한편 내국세 대비 교부금 비율을 조정하면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특별교부세에 대해서도 지원 원칙·기준 사전 공개, 집행 결과 사후 공개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행정자치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세, 주민세 인상 문제와 관련해선 “모두 지방세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국회에 계류된 관련법은 국회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했다. 이어 “그런 것을 다 듣고 나중에 중앙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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