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조민영] 철 모르는 정부

입력 2015-01-27 03:32 수정 2015-01-27 15:35

연초부터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서민 부담 증가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엔 월급쟁이의 ‘13월의 보너스’ 연말정산이 확 줄 것으로 예상돼 근로소득자 대부분을 분노케 했다. 각 정책의 목적이 애초 어디를 향했던 간에 결과적으로 사실상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증세가 이뤄진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논란은 박근혜정부가 애당초 내세웠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복지는 주는데 ‘증세’만 이뤄졌다고 해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패러디까지 나올 정도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십자가를 지겠다”며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강행할 방침을 밝혀 또 한번 홍역을 치렀다. 서민 증세 우려에 대해서도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 성격이므로 인상을 서민 증세라고 할 수 없다”는 ‘소신’까지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고, 이 때문에 많은 지자체가 세수 증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사소통이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은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반대’를 산 뒤에야 ‘없던 일’이 됐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이해를 구하지 않은 채 소득공제 대상을 대폭 축소키로 했다가 뭇매를 맞고 보완키로 한 ‘연말정산 해프닝’을 고스란히 되풀이한 셈이다.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 정책 타이밍까지도 못 맞춘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조차 “(증세 논의가) 국민감정의 흐름이나 여론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26일 정부가 대기업집단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감세, 서민 증세’라는 논란이 큰 상황에서 재계가 강력히 요구해 온 규제 완화는 ‘대기업 봐주기’ 논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이해와 동의 없이 추진되면 ‘설익은 정책’으로 끝난다는 것을 정부가 잊은 것은 아닐까.

조민영 경제부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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