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달장애인 김유경(23)씨가 2015년도 백석예술대 음악학부 일반전형에 합격했다. 1급 발달장애인은 의사소통은 고사하고 스스로 통제를 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김씨도 이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음악이 그를 변화시켰다.
지난 23일 인천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국장협) 부평문화학교에서 만난 김씨는 묻지 않았는데 “음-악-을 좋-아-합-니-다. 스-물-셋-입-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전공 악기인 클라리넷을 불어 달라고 하자 능숙하게 연주했다.
자리를 함께 한 김씨의 어머니 이명숙(54)씨는 “발달장애인이 일반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간 예가 있긴 했지만 대개 의사소통이 가능한 3급이었다”면서 “유경이가 대학에 합격한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생후 34개월 만에 장애가 발견된 김씨가 어릴 때부터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것은 음악이었다. 대여섯 살이 돼도 말은 못했지만 노래는 흥얼거렸다. 이를 눈여겨본 어머니가 김씨를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 1년간은 음표에 색칠만 했어요. 그런데 2년 정도 되니까 연주를 하더라고요.”
클라리넷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접했다. 여러 명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면 사회성이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가 권했다. 그는 클라리넷을 배우면서 한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인천 계양 청소년오케스트라(당시 지휘자 이종욱)의 일원이 됐다.
“처음에는 그냥 서 있기만 하다가 아주 잠시 클라리넷을 부는 게 전부였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6년, 또 국장협의 나눔챔버오케스트라에서 4년여 동안 활동을 하면서 일반인과 겨룰 실력까지 된 거죠.”
김씨의 대학 합격에는 ‘엄마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어머니 이씨는 집안일은 제쳐놓고 오직 김씨에게 매달렸다. 병원, 수영장, 학교, 교회 등 그가 따라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보내려고 학교 근처로 이사했고 학교 친구들을 불러 매주 파티를 열고 선물 공세를 했다.
또 김씨에게 음악을 가르친 선생들의 도움도 컸다. “장애인에게 악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에요. 피아노를 처음 가르쳐주신 차옥진 선생님. 1년여간 클라리넷을 무료로 가르쳐 주신 권록현 선생님, 문화학교를 통해 많은 도움을 주신 국장협 최공열 이사장님 등은 잊을 수가 없어요.”
김씨의 발달 장애를 이해하고 도운 김씨의 학교반 친구들, 10세 때 친구를 따라 다니게 된 청천교회(송춘현 목사)의 보살핌도 빼놓을 수 없다.
어머니 이씨는 김씨도 자립할 수 있겠다며 기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 프로 연주단에 갈 수 있다”며 “큰돈은 아니어도 월급이 나오면 그 자체가 희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안의 어려운 형편이 이들 모녀에게 걱정이다. 당장 28일까지 입학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못하다. 2009년에 명퇴한 김씨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망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늘 어려웠지만 여기까지 왔다”며 “하나님이 지켜주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1급 발달장애, 음악으로 극복했어요”… 백석예술대 음악학부 일반전형 합격 김유경씨
입력 2015-01-27 02:11 수정 2015-01-27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