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의 2014년 대중교통 사용액 ****원이 ‘일반 사용액’으로 집계돼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 자료로 제공된 점을 발견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정정된 ‘신용카드 사용 금액 확인서’를 출력하셔서 소득공제 신청에 사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6일 약 100만명의 신용카드 사용자가 이런 문자 또는 이메일 메시지를 받아들었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구 외환카드 포함)가 연말정산 자료를 국세청에 넘기는 과정에서 고속·시외버스 가맹점 분류를 잘못하는 바람에 해당 고객들의 대중교통 사용액이 일반 카드 사용액으로 잘못 집계됐기 때문이다. 사과 메시지를 받아든 카드 사용자들은 부아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세제 개편 탓에 환급금이 줄거나 추가로 세금을 징수당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화가 난 마당에 복잡한 연말정산 서류를 또다시 꾸밀 생각을 하니 분통이 터진다.
지독히 운이 없을 경우 이번 연말정산 때 다섯 차례 정산 서류를 다시 써야 한다. 국세청과 카드사들이 이번 연말정산 기간에 일으킨 오류가 다섯 번이기 때문. 국세청은 일부 납세자들의 2013년분 현금영수증 사용분을 누락시켰다. BC카드(170만명) 하나카드(52만명) 삼성카드(48만명)는 대중교통 사용분을 일반 카드 사용분으로 처리하는 오류를 일으켰다.
신한카드는 640명분의 전통시장 사용 금액을 누락시켰다. 이와 별도로 삼성카드는 포인트 연계 할부로 SK텔레콤 통신단말기를 구매한 금액 18만7000명분을 국세청에 통보하지 않았다.
국세청과 카드사들은 “아직 연말정산 기간이 끝나지 않았으니 수정된 자료를 출력해 연말정산 신청을 수정하라”고 권고한다. 그리고는 “세액공제에 반영돼 환급받을 금액은 실질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카드사)”거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개통 초기라 실제 영향 받을 사람이 적다(국세청)”는 등 별것 아닌 일로 치부했다.
실제로 이번 연말정산 오류 사태로 인해 납세자 개개인이 자료를 정정해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극히 미미하다. BC카드 사례에선 170만명의 1인당 평균 대중교통 사용 금액은 3만8000원이다. 개인별로 차이는 나지만 이를 정정해 추가로 받을 환급금은 수백∼수천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만신창이가 된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에 불신을 더하는 결과가 될 것임엔 틀림없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지 1년 남짓 지난 카드업계에도 가슴 철렁한 소식이다.
회사원 김모(38)씨는 “카드사로부터 4000원이 누락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오늘이 회사 연말정산 신청 마감이라서 어젯밤에 한 시간 넘게 걸려 자료를 만들었는데 몇 백원 돌려받으려고 또다시 복잡한 숫자를 들여다보기는 싫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정정신고를 포기했다. 김씨를 비롯한 수백만명의 납세자들이 포기한 것은 환급금 몇 백원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연초부터 받는 연말정산 스트레스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뉴스포커스-연말정산 전산 오류 사태 왜] 직장인 분노 키운 카드사들의 오류
입력 2015-01-27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