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는 '다이어트 교회'로 불린다. 교회 규모가 커질 만하면 새로운 교회를 분가시키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1997년에 설립됐다. 25일 오후 고양 일산서구 주화로 하늘빛광성교회 본당에서 '거룩한빛광성교회 창립 18주년 기념 개척교회 하늘빛광성교회 창립감사예배'가 열렸다. 개척교회의 담임은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5년간 부목사로 시무한 박경수 목사로, 성도들이 결정했다.
참석자들은 박 목사와 교회개척에 동참한 171명의 성도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목사는 ‘담임목사 재신임제도’와 ‘목사·장로 임기제’ 등을 시행하며 한국교회 개혁의 모델을 제시하는 모(母)교회의 정신을 계승해 건강한 교회로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박 목사는 인사말에서 “주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목적과 주신 사명은 분명하다. 그것은 거룩한빛광성교회가 지금까지 바르고 건강한 교회를 위해 들었던 개혁의 횃불을 이어받아 하나님 나라의 빛으로 어둠을 밝히는 거룩한 행렬을 따르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위한 좋은 대안적 개척모델로 자리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인 서울광성교회 원로목사는 ‘질좋은(충성된) 교회’(눅 17:5∼10)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좋은 일이 소문나는 복된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으며 김경진 장신대 교수는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이번 분립개척을 포함해 총 16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1년여마다 한 교회씩 개척한 셈이다. 그 중 절반은 목회자에게 개척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이었고, 나머지는 이번처럼 원하는 성도들과 목회자를 같이 파송하는 분립개척 방식이었다.
교회개척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부교역자에게 개척의 기회를 준다. 그래서인지 이 교회 부교역자 선발과정에는 유능한 인재가 많이 지망한다. 부교역자들은 목회를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한다. 그래야 개척목회자로 선발되기 때문이다.
개척지원금도 지급한다. 적게는 1억원, 많게는 10억원을 지원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개척교회를 지원하면서도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않는다. 개척한 교회를 독립교회로 존중하고 담임목사도 ‘다른 교회의 담임목사’로 대하는 원칙을 세웠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자율적인 모임을 갖고 1박2일 수련회도 열고 있다.
모교회 성도들의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개척에 많은 예산이 지출되고 알짜 교인이 빠져나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덧 자기 교회는 성장이 더디더라도 새 교회를 개척해 그 교회가 성장하도록 돕는 일에 익숙해졌다.
이는 정 목사의 교회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 목사는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세태를 염려하면서 교회개척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으며 교회개척이야말로 영혼구원의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 성장은 멈췄고 교회 크기가 양극화된 현실 속에서 분립개척은 교회 건강성을 유지하는 한 방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0년 5월 더 이상 교회 규모를 늘리지 않기로 선포한 뒤 2만7390㎡ 새 예배당 건축계획을 취소하고 주차장 공간도 줄였다”며 “발상을 전환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원로목사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교회 예산 중 51%는 사회복지와 선교 등 외부를 위해 쓰고 있다. 그는 “계속 분립개척을 시도해 교회도 공간을 더 마련할 필요가 없다”며 “나중엔 큰 교회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으로 판단하고 교회를 4개로 나누는 문제를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분가를 했어도 거룩한빛광성교회는 현재 1만2000여명이 출석하며 매년 500여명 정도의 성도가 증가하고 있다. 교회개척뿐 아니라 지역의 작은 교회 지원에도 소매를 걷어붙이는 등 진정한 나눔의 교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고양=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18년간 16곳 분립개척… ‘교회 개혁’ 새 모델 제시 ‘거룩한빛광성교회’
입력 2015-01-27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