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방교부세나 교육재정교부금 등의 개혁을 통한 재정 확충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2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이같이 말하면서 증세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지방재정 손질을 통한 사실상의 증세 효과로 복지 수요를 어느 정도 충당하겠다는 의도이다.
박 대통령은 잘못 짚었다. ‘증세 없는 복지’에 꿰맞추기 위해 또다시 우회로를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재정 개혁은 매우 필요하다. 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세입을 늘리면 오히려 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자체가 세입 확대를 꺼리는 등의 적폐가 있다. 1960년대에 도입한 지방교부세는 지자체의 자율성이나 책임성을 저해하는 비효율적 구조가 돼버렸다. 또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교육재정 부담금은 하나도 변화되지 않았고, 특별교부세도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배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 오래다.
재정자립도 때문에 지자체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박 대통령이 적시한 대로 지방재정은 개혁돼야 한다. 하지만 이 조치들의 목표가 증세 효과를 노리는 것이거나 복지 수요에 충당하려는 것이라면 제2의 연말정산 대란 같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표를 생각하는 지자체장이나 교육감들은 지방 여론을 동원해 기득권 지키기에 사력을 다할 것이고, 불필요한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명분 있는 지방재정 개혁을 제대로 밀고 나가려면 증세나 복지와는 별도로 어젠다를 형성시켜야 한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을 극단의 갈등 구조로 몰아간 증세와 복지 문제를 또다시 지방재정 개혁과 연관시켜 놓으면 긁어 부스럼만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증세와 복지는 다른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개혁을 하려면 정교한 액션플랜과 함께 맞춤형 홍보 및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취임 2주년이 가까워왔는데 그동안 해놓은 게 뭐냐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 관련기사 보기◀
[사설] 지방재정 개혁 통한 복지수요 충당은 어설픈 발상
입력 2015-01-27 02:30 수정 2015-01-27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