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도 도를 넘어서면 욕을 먹기 마련이다. 요즘 기획재정부가 그렇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총괄하는 기재부의 간섭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의 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5개 기관은 ‘역동적 혁신경제’에 대한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기재부는 이미 이틀 전인 13일에 다른 6개 부처와 합동으로 업무보고를 마친 상태였고 이날 업무보고 관련 보도자료에도 기재부는 이름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날 업무보고에는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이 참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괄부처는 미래부였지만 기재부가 보고 내용을 함께 협의했다”며 “경제정책을 총괄하다 보니 빠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생각이 다르다. 기재부가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과도하게 행사하다 보니 다른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한 정부부처 사무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사전보고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경제부처 수장에 불과한 기재부가 보고를 주도하면서 나머지는 다 들러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출신 간부들이 다른 부처의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눈엣가시다. 최근 남봉현 전 기재부 복권위 사무처장이 해양수산부 기조실장으로 옮겨갔다. 미래부의 경우 이석준 1차관, 고경모 창조경제기획국장에 이어 이달 초 고형권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창조경제 관련 핵심 3인방을 기재부 출신이 독차지했다. 기재부 장단에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춤만 추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세종=이용상 기자
[관가 뒷談] 오버하는 기재부… 他부처들 “공공의 적”
입력 2015-01-27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