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현정은 회장 ‘그리운 금강산’

입력 2015-01-27 03:4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24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입경 후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현대그룹 제공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26일로 환갑을 맞았다. 특별한 행사는 없었다. 현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자격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일상적인 업무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현 회장이 남편 고(故)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그룹 경영 일선에 나선 지도 12년이 됐다. 하지만 현재 그룹 안팎의 여건은 쉽지 않다. 특히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등 대북사업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현대그룹은 올 1∼2월 안에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내부적인 준비작업을 벌여 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관련 발언이 잇따라 나왔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은 5·24조치가 풀리면 두 달 안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 답사만 진행됐던 백두산 관광 등 새로 시작해야 할 대북사업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남북 간 경색 국면이 해소될 큰 틀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현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북한 철도 현대화 등 남북 경협에 대한 희망의 바람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그룹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잊지 말고 남북경제협력의 선구자적 면모를 가져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현 회장은 지난 5일 2015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세 번이나 북한을 다녀왔고, 지난달에는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도 받았다. 지난 24일에는 전경련 주관 왕양(汪洋·60)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의 오찬 행사에 참석, 왕 부총리에게 대북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사업이 중단되고, 현대상선이 부진하면서 현대그룹은 2013년 말부터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고 구조조정 작업을 벌여 왔다. 대북관광 독점 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의 손실은 지난 7년간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해운업계의 불황으로 현대상선의 부진이 그룹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날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도 진행됐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대북사업은 결국 남북 정부 간 큰 틀에서 합의돼야 가능한 사업”이라며 “희망을 놓지 않고 꾸준히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 외에도 올해 유달리 환갑을 맞는 재계 총수들이 많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다음 달 5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다음 달 14일이 환갑이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구자용 E1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등이 양띠로 올해 환갑을 맞게 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